"기업이 존속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성장이 뒷받침되면서 기업가정신도 유지돼야 합니다. 그래야만 고용도 가능합니다. 근데 왜 기업이 적극 투자하지 못하고 주저하게 될까요. 우리나라에만 엄격하게 적용되는 상속세, 규모에 의한 차별이 기업의 성장과 투자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강호갑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10대 회장 취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과도한 가업상속에 대한 규제가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달 10대 회장으로 선출·취임하며 2013년 2월 이후 세 번 연속 연임하게 됐다.
강 회장은 "가업을 승계할 때 상속세를 최대 65%까지 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은데 엄밀히 따지면 세금만 87%나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속세로 낼 현금을 몇백억원씩 보유한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보유 지분을 팔아서 마련한 현금으로 세금을 내는 경우가 대다수이며, 이때 주식양도세가 22% 되기 때문에 상속세로 87%를 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부모가 평생을 바쳐 일궈놓은 기업을 자녀가 물려받으려면 지분을 팔아 상속세를 내고 나면 지분율이 낮아져 경영권을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평생을 바쳐 기업을 키워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인이 사력을 다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강 회장은 기업을 일정 규모로 나눠 분류한 후 그 등급에 따라 규제를 만드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세계 여러 나라는 많이 변했지만, 우리나라는 수 십 년 전의 대기업이 지금도 대기업이고 새로 대기업으로 치고 올라온 기업이 거의 없다"며 "좁은 국내에서 기업 간에 도토리 키 재기 하지 말고 잘나가는 기업은 쭉쭉 뻗어나가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규모에 의한 차별을 없애 제2, 제3의 삼성, 현대, LG를 키워야만 한다"고 피력했다.
임기 3년 동안 중점적으로 할 일에 대해서는 "앞으로는 중견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고 매출액 5000억원, 1조원대 기업을 넘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중견기업 성장에 걸림돌을 해소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중견련은 올해 제2차 중견기업 성장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하는데, 이 같은 내용이 계획안
그는 "중견기업 중 85%가량이 매출액 3000억원 미만인데, 이들 기업은 해외 시장 개척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오는 14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중견기업인들의 조찬 모임이 예정돼 있는데 이 자리에서 중견기업의 애로사항 등을 적극 전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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