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아무것도 가지고 있는게 없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산업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산업 부문에서 기회가 많다. 그들은 전기도 충분하지 않고 심지어 비누도 없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매일경제와 단독으로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외이사를 맡고 있는 부동산개발기업 아난티 이사회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아침 방한했다.
투자자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른바 '남북경협주'는 관광, 건설, 인프라, 농업 등 분야에 편중돼 있다. 이같은 테마를 찾을 필요 없이 모든 산업에서 커다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로저스 회장은 "당신이 알고 있고 잘하는 모든 당연한 것이 북한에서는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 사람들 역시 한국 사람처럼 살고 싶은 욕구가 있다"며 "그들은 당신이 가진 것들을 모두 갖고 싶어할 거다. 피자나 디스코클럽도 물론이다"라고 말했다.
투자에 대한 숱한 강연을 전세계에서 해 온 그였지만 정작 로저스 회장은 "투자는 남의 말을 듣고 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내 말도 듣지마라"고 했다. 이처럼 말한 이유는 간단했다. 그는 "본인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 투자해야 '살아남는 투자자'가 돼 돈을 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북 정상회담은 잠시 지연된 것일 뿐"이라며 "모든 이해당사자가 원하기 때문에 다시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독 인터뷰 전문] "지금 북한은 40년전 중국...환상적인 투자 기회"
6일 오후 서울 신라호텔에서 만난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77)은 장기간 비행과 일정 강행군에도 피곤한 모습이 없었다.
로저스 회장과 한 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느껴진 것은 '낙관론'이다. 결렬된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모든 일에 굴곡이 있기 때문에 잠시 지연된 것"이라고 언급했다. 북한 투자에 관심을 가진 배경에 대해서는 "망가진 국가(Dead Country)에 기회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나. 미북 양자간 향후 관계가 어떻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나.
▶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평가하긴 어렵다. 그러나 미국이 실수했다는 건 명백하다. 왜 실수를 했는지 모르겠다. 미국과 북한의 말이 서로 다른데 누가 맞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래서 결론이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이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를 찾을거다. 모든 사람들이 계속되기를 원한다. 미북 정상회담에 대해 중국 남한 북한 모두 원한다. 오직 일본만 안 좋아할거다. 일본은 이걸 멈추려고 하거나 최대한 지연시키려고 할거다. 미국 군대도 원하지 않을거다. 미군과 일본 빼고는 모두가 원할거다. 이제 미국, 트럼프가 뭔가 하려고 할거다. 나도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일어날거라고 믿는다.
- 혹시 북한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 이번에 바뀌었나.
▶ 아니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지연됐을 뿐이다. 내 삶을 돌아보면 많은 것들이 지연됐었다. 모든 일에는 굴곡이 있다. 기본적인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 북한을 방문할 계획이 있나. 북한을 방문할 경우 어떤 복안을 갖고 가실지 궁금하다.
▶ 미국인이 북한에 가는건 지금 불법이다. 그래서 아직 계획이 없다. 이게 합법이 된다면 가능한 빨리 북한에 가보고 싶다. 내 15살짜리 딸 역시 정말 간절하게 북한에 가고 싶어한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한테서 초청장을 받거나 그러진 않았나.
▶ 아니다. 그 질문을 많은 사람들에게서 전세계에서 받는데, 가장 놀란 건 나다. 어떤 기사는 소스가 한국 정부와 청와대에서 왔다고 하더라. 아무도 나한테 전화해 확인하지 않았고 한국대사가 전화해서 무슨 일이냐고 물어봤다. 그래서 내가 "내가 물어보고 싶다. 내가 말해줘야하나? 나는 아는게 없다. 당신이 청와대에 물어봐라"라고 했다. 이건 큰 충격이었고 나도 크게 놀랐다.
- 처음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지금처럼 북한 투자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된 계기가 있다면?
▶ 아직은 북한에 투자하지 않았다, 불법이니까. 그리고 아직 투자할만한 것을 찾지 못했다. 나의 오랜 투자경험에서 터득한 것은 죽은 나라(dead country)가 바뀌면 큰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1978년에 덩샤오핑이 집권하면서 중국이 뭔가 새로운걸 할 것으로 봤다. 그 이후로 중국에서 무슨 일어났는지는 당신도 알 거다.
3~4년전에 북한도 변화를 선언했다. 북한도 죽은 나라였다. 이런 일은 자주 일어나지 않는다. 아주 드물게 일어난다. 아주 환상적인 기회다. 40년전에 중국에 투자하는 것과 같다. 그게 나의 흥미를 갖게 만들었다. 더 좋은 다른 나라를 안다면 기사 쓰지말고 나한테 말해주고 기사써달라(웃음)
- 미국인이라 북한에 직접 투자가 어렵다고 했는데, 어떤 방식으로 북한에 투자할 계획인지.
▶ 얼마나 북한이 열리느냐에 따라 다르다. 나는 대한항공 주식을 가지고 있다. 왜냐면 더 많은 왕래가 오갈 것으로 생길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다. 아난티 주식도 가지고 있고 사외이사이다. 다들 알겠지만 아난티는 북한에 리조트가 있다. 개방된다면 아난티에게 좋은 기회가 될거다. 좋은 예시는 찾기 어렵지만 삼성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거다.
- 미중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있다. 향후 글로벌 경제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라고 보는지? 2007~8년 리먼사태를 시작으로 한 대규모 글로벌 경제위기가 또 한번 닥칠 것이라고 보는지.
▶ 나는 그럴거라고 생각한다. 항상 경제위기는 있었다. 다음 번은 내 생에서 가장 심각할거라고 생각한다. 2008년에는 우리는 빚(Debt)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빚이 점점 더커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다른곳보다 덜 위기를 맞을 것이다. 북한이 개방되는게 큰 기회다. 산업에서 많은 투자가 있을거다. 동해 서해 철도 있던게 다시 이어지고 많은 돈이 퍼져나갈거다. 한국으로. 하지만 영향은 받을것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영향을 받을거라고 생각한다.
- 오래전부터 농산물 투자나, 금 같은 원자재 투자를 역설해 오셨다. 투자 구루로서 한국의 일반 투자자들에게 건넬 조언은 무엇인가.
▶ 나는 2010년부터 금 가지고 있는데, 하나도 팔지 않았다. 다른 모든 자원들도 좋을거다. 한국인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조언한다면 '네가 잘 아는 것에 대해 투자하라'고 말할거다. 내말이나 다른 사람 말을 듣지 말고 말이다. 그럼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해야할지 모른다. 돈 벌고 싶고 살아남고 싶다면, 네가 잘 아는것에 대해 투자하라는거다. 그게 유일하게 돈을 버는 방식이고 유일하게 살아남는 방법이다. 농산물이나 골드가 좋을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 투자하는게 좋을 기회일수도 있다. 그밖에 사람들이 한국이 어딨는지 모른다면 내가 좋다고 말해도 투자해서는 안된다. 아난티에 투자하라고 해도 모르면 투자 안할거다. 내 말이 맞더라도 그러면 안된다. 네가 잘 아는 부분에 대해 투자한다. 그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특히 내 말도 듣지 말라. 네가 잘 알지 못한다면 말이다.
- 북한 다음으로 주목하는 새로운 유망 투자 국가가 있다면?
▶ 베네수엘라다. 나는 미국인이라서 제재 탓에 투자를 못하지만 만약 가능하다면 베네수엘라 증시랑 채권 모두 안 좋은 상황이라 투자할거다. 내 경험에 따르면 그런 황폐화된(Ruined) 나라를 찾아야한다. 3년~5년 뒤에는 상황이 좋아질거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될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베네수엘라는 지금 내가 가장 투자하고싶은 곳이고, 역시 상황이 좋지않은 짐바브웨의 주식을 일부 샀다.
■ 짐 로저스 그는 누구인가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월가의 전설' 가운데 한명이다.
전설적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와 함께 만든 퀀텀펀드는 1970년부터 1980년까지 10년간 4200%라는 경이적인 수익률을 올렸다. 같은 기간 미국 S&P 지수 상승률은 47%에 불과했다.
1980년 불과 38세 나이로 퀀텀펀드를 떠난 그는 이후 모험가로 변신해 세 차례 세계일주에 성공했다. 첫번째 세계일주는 오토바이로 성공했으며 환갑을 맞은 2002년에는 전세계 116개국 24만5000KM를 자체 제작한 벤츠 차량으로 1101일만에 완주에 성공하며 기네스북 세계일주 신기록을 경신했다.
한국에서라면 은퇴 후 안락한 삶을 모색할 65세 나이인 2007년, 로저스 회장은 뉴욕에 있는 집을 매각한뒤 싱가포르로 이주했다. 당시 그는 100년 단위 세계 경제 중심지 변화를 논했다.
로저스 회장은 "똑똑한 사람이라면 1807년에는 영국 런던으로 이주했고 1907년이라면 미국 뉴욕으로 이주했을 것이다. 다시 100년이 지난 2007년, 똑똑하다면 아시아로 이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가 새로이 도전장을 내민 곳은 바로 북한이다. 로저스
그는 1942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태어나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했다. 이후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뒤 1964년 월스트리트에 입성했다.
[한우람 기자 / 조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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