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공포기억에 무덤덤해지도록 우리 뇌를 조절하는 효소를 찾아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과 김세윤 교수 연구팀은 뇌의 흥분성 신경세포에 발현되는 이노시톨 대사효소(IPMK 효소)가 공포기억이 없어지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것을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기억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지워지는지는 현대 신경생물학의 핵심 주제다. 특히 각종 공포증, 트라우마 등을 이해하고 치료하기 위해 공포기억의 소거 과정에 대해선 심층 연구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연구팀은 생쥐를 대상으로 공포기억의 학습과 소거를 실험했다. 쥐에게 전기자극을 가해 공포를 유발하고 소리자극을 동시에 주며 공포기억을 학습시켰다. 이후에는 소리만 들려 줘도 공포반응이 관측됐다. 하지만 전기자극 없이 반복적으로 소리자극을 가할 경우 공포반응이 줄어들며 기억소거가 이뤄졌다.
연구팀은 IPMK 효소를 제거한 쥐에게서 공포기억의 소거가 빨라지는 것을 관찰했다. 쥐의 뇌에서 이 소거 반응을 전달하는 신호전달계의 활성화가 동반되는 것도 확인했다.
효소를 제거해도 뇌의 구조나 운동성 조절능력 등에서는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학습 테스트인 Y-미로 검사, 모리스 수조 미로 검사, 공포 조건화 반응에서 IPMK 효소가 제거된 쥐들은 보통의 쥐들과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연구책임자 김세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심각한 뇌질환들을 이해하고 치료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노시톨 대사효소의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뇌과학원천기술개발 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 1월 28일자에 논문이 게재됐다.
[서정원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