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긴급 안보리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모든 국가는 한쪽 편을 택하라"면서 미국 공동성명 지지를 요청하고 있다. [사진출처 = 폼페이오 장관 트위터] |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31일부터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 시를 찾아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규탄'에 나섰다. 그는 마이애미 시내에서 주말에 열리는 '반(反)마두로' 시위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트럼프 정부가 몇 주 안으로 쿠바에 새로운 제재 조치를 낼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익명의 미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우선 베네수엘라에 대해서는 '마두로 정권 퇴진' 지원 뿐 아니라 마두로 정권을 도왔다는 등의 이유로 나머지 두 국가에 대한 제재를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오바마 정부 시절인 2015년 미국은 쿠바를 '테러지원국'에서 해제했는데 조만간 다시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원했다는 것이 중요한 사유라고 WSJ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오바마 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해왔다. 최근 중·남미 대외정책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달 16일 나온 '헬름스 버튼법(Helms-Burton Act·쿠바의 자유와 민주화를 위한 법)' 검토 조치가 그 한 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이날 "정부가 헬름스 버튼법 적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앞으로 한달 반 동안 '타이틀 3(Title Ⅲ)' 효력을 정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996년 3월 발효한 헬름스 버튼법은 미국이 '쿠바 고립'을 위해 자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에 대해서도 쿠바와 거래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은 법이다. 자국법을 역외에 적용한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난을 받았을 뿐더러 미국과 쿠바 간 잠재적 교류 이익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경제적 이유 상으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당시 미국 정부는 헬름스 버튼법에 같은 법 적용을 피할 수 있는 예외적인 장치로 '타이틀3(Title Ⅲ)'를 추가했다. 오바마 정부를 포함해 미국 행정부는 6개월 간격을 두고 타이틀 3를 효력을 갱신·연장해 왔는데 트럼프 정부가 올해 들어 이를 재검토한 후 실시 여부도 다시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 지난 달 28일 저녁(현지시간),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라울 카스트러 전 의장을 비롯한 시민들이 수도 아바나 소재 아바나 국립대 앞에 모여 `호세 마르티 탄생 166주년`을 기념하면서 위기 극복을 외치고 있다. 지난 달 20일 주말 몰아닥친 태풍으로 아바나 시내 주택과 건물이 대거 파손됐다. 호... |
쿠바 뿐 아니라 니카라과 정권도 미국이 위협하는 대상이다.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가이자 마두로 정권의 '돈줄' PDVSA 제재조치를 낸 지 불과 이틀 후인 지난 달 30일 볼턴 보좌관은 "미국은 PDVSA 제재와 더불어 PDVSA와 니카라과 정부 합작 투자회사인 니카라과 ALBANISA(Alba de Nicaragua)도 제재했다"고 밝혔다. ALBANISA가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의 비자금 통로 역할을 한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작년 11월 1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데이드 칼리지에서 연설하면서 `폭정의 3인방`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재조치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출처 = 볼턴 보좌관 트위터] |
이밖에 트럼프 정부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나 마우리시오 마크리 아르헨티나 대통령, 이반 두케 콜롬비아 대통령 등 최근 중·남미에서 집권한 '친미·우파'정부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 반미 성향 국가를 압박한다는 전략도 실행에 나섰다. 최근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군 개입 논란을 산 볼턴 보좌관의 '5000명 병력을 콜롬비아로' 메모는 이같은 외교 동원 전략과도 무관하지 않다.
트럼프 정부의 중·남미 개입은 미국의 이해관계가 우선적으로 작용하지만 러시아·중국을 견제하는 차원의 성격도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던 중·남미 투자와 지원을 늘리는 중이다. 특히 중국은 '일대일로' 차원에서 지난해 12월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직접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를 방문하는 식으로 적극적이다.
하지만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이유로 한 미국의 중·남미 개입은 내정간섭 논란을 넘어 사정이 복잡하다. 우선 니카라과의 경우, 오르테가 대통령이 '불공정 대선' 논란 속 2017년 말 4선에 성공한 후 언론인 납치 등 탄압행위가 불거진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시기 '4년 단임제'를 무효화하고 불법·부정선거 논란 속에 재선한 '친미파' 후안 오를란도 온두라스 대통령은 문제 삼지 않는다.
↑ 지난 달 26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 긴급 요청으로 가까스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사국들이 미국이 낸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대통령 지지 공동성명`을 두고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이날 미국이 낸 성명은 결국 공동성명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사진출처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트위...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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