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제공=쌍용차] |
둔탁한 소리가 울려 퍼진다. 차체 바닥이 단단하게 얼어붙은 흙무더기와 부딪치는 소리다. 내 차라면 마음이 찢어지는 소리다. 앞을 보니 움푹 파인 흙구덩이에서 차체와 일직선에서 벗어나 허공에 뜬 앞차의 바퀴가 눈에 들어온다. 차축이 부러지지 않았을까 걱정될 정도다.
모처럼 제대로 된 인공 오프로드를 경험했다. 쌍용자동차가 렉스턴 스포츠 칸을 위해 소남이섬(강원도 춘천)에 조성한 인공 오프로드 체험장에서다.
사실 국내에서 손 떨리는 오프로드를 체험할 기회는 거의 없다. 4륜구동 모델을 대상으로 열리는 미디어 대상 오프로드 시승 행사는 2륜구동으로도 충분할 정도로 난이도가 낮다. 시늉에 불과하다. 지프(Jeep) 캠프가 있지만 마니아들의 축제다. 수입차 오프로드 행사에서 수박 겉핥기 식 인공 장애물을 체험하면 그나마 양반이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달랐다. 지난해 1월 렉스턴 스포츠 때 조성했던 인공 오프로드 체험장보다 난이도가 높아졌다.
체험코스는 언덕경사로, 통나무/범피, 침목/요철, 사면경사로, 언더범피, 업범피, 모글로 구성됐다. 언덕경사로에서는 급경사로에서 경사로저속주행장치(HDC)가 한몫했다. 내리막에서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앞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고 시속 4~5km로 안전하게 내려간다. 발을 떼는 두려움만 이겨내면 된다.
다음 코스로 이어지는 자갈길에서는 시속 50km로 속도를 냈다. 접지력이 떨어지는 곳이지만 미끄러지지 않고 달린다. 코너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높낮이를 달리한 통나무와 침목 코스는 너무 쉽게 통과한다.
"이 정도 쯤이야 누워서 떡 먹기"라는 생각이 들 즈음 바로 앞에 '동고서저'로 비스듬하게 주행하는 사면경사로가 눈에 들어온다. 몸 왼쪽이 바닥에 거의 닿고, 한쪽으로 쏠린 차체 무게를 이기지 못한 차가 주저앉을 것 같은 두려움과 달리 렉스턴 스포츠 칸은 30도 가량 기울어진 사면 경사로를 묵묵히 지나간다.
그 다음 코스는 언더?업범피?모글 코스. 이번 오프로드 체험행사의 하이라이트다. 난이도도 최상급이다. 웅덩이에 빠지면 차체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다. 한쪽 바퀴가 구덩이에 빠지고 반대쪽 바퀴는 공중에 뜬다. 꽁꽁 얼어붙은 흙무더기 언덕 위에 한쪽 바퀴가 있고 다른 바퀴는 땅에서 떨어진다. 브레이크를 밟는 타이밍을 놓치자 차체가 땅에 닿는 "쿵" 소리에 가슴도 철렁한다.
이 때 차동기어잠금장치가 해결사로 등장한다. 한쪽 바퀴가 헛도는 상황에서는 "드르륵" 소리와 함께 차동기어잠금장치가 작동하면서 다른 바퀴에 힘을 전달한다. 렉스턴 스포츠 칸은 웅덩이와 언덕을 뒤뚱뒤뚱 거리며 빠져나간다.
발군의 오프로더 실력을 보여준 렉스턴 스포츠 칸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보다 더 커지고 넉넉해졌다. 정복군주 '징키스칸'에서 알 수 있듯이 군주라는 의미의 '칸'을 차명에 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칸은 우리말로 '공간'이라는 뜻도 있다. 공간을 넓혀 실용성을 더 추구한 셈이다.
전장x전폭x전고는 5405x1950x1855mm다. 렉스턴 스포츠보다 310mm 길어지고 15mm 높아졌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3210mm로 110mm 길어졌다.
길어진 이유는 적재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데크는 가로x세로x높이가 1570x1610x570mm다. 렉스턴 스포츠는 1570x1300x570mm다. 데크 적재용량은 1262ℓ로 렉스턴 스포츠(1011ℓ)보다 24.8% 증가했다. 테일 게이트를 열면 적재능력은 더욱 향상된다.
데크 적재중량의 경우 렉스턴 스포츠와 같이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프로페셔널 모델은 500kg, 쉐보레 콜로라도와 같은 미국 픽업 모델처럼 파워 리프 서스펜션을 채택한 파이오니어 모델은 700kg이다. 렉스턴 스포츠보다 각각 100kg, 300kg 늘었다.
덕분에 렉스턴 스포츠 칸은 광활한 영토를 점령했던 징기스칸처럼 적재능력에서는 국내에 경쟁상대가 없는 '칸(공간)의 황제'가 됐다. 파이오니어 모델은 현대 포터, 기아 봉고와 같은 1t 트럭과도 간접 경쟁할 수준에 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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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모델에 적용하는 '주간주행등+포지셔닝+턴스그널 일체형 헤드램프'로 고급스러움도 강조했다. 20인치 대구경 스퍼터링 휠로 강인함도 추구했다. 후면에는 칸(KHAN) 레터링을 멀리서도 한 눈에 볼 수 있는 크기로 넣어 렉스턴 스포츠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실내는 고급스러움, 넉넉함, 안락함에 초점을 맞췄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주는 블랙 헤드라이닝은 렉스턴 스포츠 칸 전용이다. 2열 레그룸과 엘보우룸을 비롯해 넉넉한 실내공간을 확보, 안락함을 향상했다.
시트는 고급 나파 가죽 소재로 만들었다. 1·2열 시트에는 모두 열선을 적용했다. 1열 시트는 통풍 기능도 갖췄다. 또 G4렉스턴에 적용한 모던한 디자인의 변속기 레버를 적용했다.
또 G4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처럼 애플 카플레이(Apple CarPlay)와 안드로이드(Android) 미러링 서비스를 제공하는 9.2인치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애니메이션 모드, RPM 연계 모드, 일반 모드 3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7인치 대화면 슈퍼비전 클러스터도 렉스턴 스포츠와 같다.
렉스턴 스포츠처럼 2.2ℓ 디젤 엔진과 아이신 6단 자동변속기도 장착했다. 최고출력 181마력, 최대토크 42.8kg.m의 힘을 발산한다. 렉스턴 스포츠와 비교하면 최고출력은 같고 최대토크는 2.0kg.m 세졌다. 연비(4륜 기준)는 렉스턴 스포츠 칸이 9.7km/ℓ, 렉스턴 스포츠가 9.8km/ℓ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신규 개발한 초고장력 쿼드프레임(Quad Frame)은 1.5GPa급 초고장력 기가스틸(Giga Steel)을 적용했다. 크래시 박스 존(Crash Box Zone) 설계로 사고 때 상대 차량의 안전성까지 배려했다. 차체에도 동급에서 가장 많은 79.2%에 고장력강판을 적용했다.
AEBS(긴급제동보조시스템), FVSA(전방차량출발알림), LDWS(차선이탈 경보시스템), HBA(스마트 하이빔), FCWS(전방추돌 경보시스템), LCA(차선변경보조시스템), RCTA(후측방경고시스템), BSD(사각지대감지시스템)가 통합된 스마트 드라이빙 패키지도 채택했다.
편의장치는 렉스턴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3D 어라운드뷰모니터링(AVM), 오토클로징(키를 소지하고 일정거리 이상 멀어질 경우 자동으로 도어 잠김), 듀얼존 풀오토 에어컨 및 2열 에어벤트, 와이퍼 결빙 방지장치 등을 적용했다.
첫 번째 온로드 시승차는 프로페셔널 모델. 운전석에 앉으면 탁 트인 시야가 시원한 개방감을 선사한다. 측면 도어 유리도 어깨 아래쪽에 위치해 시야가 더 넓게 느껴진다. 시동을 걸면 엔진이 나지막하게 그르렁거리며 달릴 채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낸다.
구동 모드는 2H(후륜구동), 4H(4륜 고속), 4L(4륜 저속) 중에서 고를 수 있다. 일반 도로에서는 2H, 진흙이나 자갈 때문에 타이어가 미끄러지는 비포장도로 구간에서는 4H, 경사각이 크거나 큰 힘을 필요로 할 때는 4L을 선택하면 된다.
스티어링휠은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고 적당한 무게감으로 움직인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강력한 디젤 토크발은 없지만 꾸준히 속도를 높인다. 변속 반응은 빠르진 않지만 무난한 편이다.
저·중속 구간에서는 소음이 작게 들린다. 엔진룸 방음 성능을 향상시켜 엔진 노이즈 실내 유입을 줄이고 8개의 보디마운트(body mount)와 직물 타입(PET) 휠하우스 커버 등을 통해 노면소음도 차단한 효과다.
직진 안전성은 렉스턴 스포츠보다 낫다. 휠베이스가 길어진 효과다. 승차감은 딱딱한 편이다. 진동 성능은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과속방지턱을 넘거나 요철이 심한 도로를 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 진동이 다른 SUV보다 상대적으로 더 느껴진다.
두 번째 시승차는 파이오니어 모델. 가격이 저렴하고 중량에 강해 주로 트럭에 사용하는 파워 리프 서스펜션을 채택했다. 당연히 승차감은 기존 렉스턴 스포츠처럼 다이내믹 5링크 서스펜션을 적용한 프로페셔널 모델이 낫다.
그러나 시승차인 파이오니어 모델의 경우 데크에 200kg에 달하는 화물을 무게를 잘 배
가격은 파이오니어가 2838만~3071만원, 프로페셔널이 2986만~3367만원이다. 두 모델 모두 연간 자동차세는 2만8500원에 불과하다. 개인 사업자는 부가세를 환급받을 수 있다.
[춘천=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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