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를 부활의 원년으로 만들겠다던 조선업계가 한진중공업 수빅조선소의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암초를 만났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조선 빅3은 고부가가치 탱커선 발주 물량을 싹쓸이하며 실적 정상화 가능성을 높이고 있지만, 그 온기가 부품·하청업체까지 퍼질지는 미지수다.
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한진중공업은 자회사인 필리핀 수빅조선소가 현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컨테이너선을 주력으로 건조해오던 수빅조선소는 지난 10여년동안 이어진 컨테이너 운송 시황의 부진과 이에 따른 선가 하락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수빅조선소의 수주 잔량은 현재 10여척에 불과하다.
수빅조선소의 회생절차 신청으로 모회사인 한진중공업을 비롯해 조선기자재업계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형 조선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된 조선산업 부활의 불씨를 꺼뜨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진중공업은 지난달 27일 281억원을 수빅조선소에 빌려줬고, 상당한 채무에 대한 보증도 서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협력업체 200여곳이 못 받은 납품대금도 수백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세계 선박 발주 시장에서 7년만에 중국을 제치고 수주 실적 1위에 올랐다. 영국의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1263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선박의 건조 난이도를 고려한 무게 단위)를 수주해 전체 발주 물량 중 44.2%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2위인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915만CGT에 그쳤다.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발주가 많았던 덕이다. 한국 조선업계는 지난해 발주된 LNG운반선 일감을 싹쓸이했다.
이에 조선업체 최고경영자(CEO)들도 올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포부를 앞 다퉈 강조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는 신년사에서 "올해는 기필코 다시 일어서는 한 해로 만들겠다는 굳은 다짐과 함께 새출발하고자 한다"며 수년간의 불황에서 벗어나 반드시 세계 최고의 조선 해양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되찾는데 모든 현중인의 힘을 하나로 모으자"고 당부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도 '2019 새로운 도약, 중공업(重工業) 부활의 원년'이라는 제목의 신년사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세계 최고의 조선업체라는 명성을 되찾아 국민에 보답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며 "작고 단단한 회사로 거듭나자"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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