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두자릿수 인상을 앞두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가장 민감하게 느끼고 있는 이들은 영세자영업자와 그곳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영세자영업자에게는 곧바로 인건비 증가로 인한 이익 감소로, 노동자에게는 임금 인상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일자리 축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관악구노동센터와 정치발전소가 2018년 최저임금 인상이 관악구 요식업 종사 자영업자와 노동자의 경제 활동에 미친 영향을 조사한 '최저임금 이슈를 통해 본 요식업 종사자의 이익과 요구' 보고서를 30일 발간했다.
조사는 서울특별시 관악구(대학동 고시촌, 신림동 패션문화의 거리, 샤로수길, 인헌시장, 행운동 오거리시장 및 성현동 현대시장의 5대 상권 중심)의 요식업 자영업자 190명과 요식업계 종사 노동자 96명 대상으로 진행했다.
조사결과를 보면,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임금과 관련한 입장은 크게 달랐다.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매우 반대'라는 응답이 3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반대(28.0%), 중립(22.0%), 찬성(7.1%), 매우 찬성(1.6%), 의견 없음(3.3%) 순으로 답했다. 전체적으로 반대 의견이 65.9%로 과반을 크게 웃돌았다. 반면, 노동자의 경우 최저임금을 찬성과 반대를 묻는 질문에 중립(30.5%), 찬성(29.3%), 매우 찬성(20.7%) 순으로 대답했다.
문제는 이같은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생의 최저임금 관련한 입장차가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되레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최저임금 인상이후 자영업자들을 보면, 직원(노동 시간)을 감축한 가게(50.3%)가 인건비를 인상한 가게(41.8%) 보다 많았다. 자영업자들이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떠안기보다는 해고나 근로시간 감축을 통해 사실상 노동자들에게도 일부 전가한 것이다. 실제 아르바이트생들에게 2018년 최저임금 상승 후 임금이나 노동 시간 변화를 묻는 질문에, '변화 없음'(62.2%)이 과반수 넘게 나왔다.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경험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임금 증가'가 28.4%에 불과했고, 되레 '노동시간 축소'(6.8%) 혹은 '휴식시간 축소'(1.4%) 관련 답변도 나왔다. 결국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늘어난 인건비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수를 줄이거나, 근로시간 자체를 줄인 셈이다. 이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도 임금이 올라가는 경험을 그다지 겪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의 삶 역시 팍팍해졌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악화된 수익 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자영업자 응답자 가운데 57.4%는 '사업주 또는 가족 노동을 늘렸다'고 답했다. 종업원의 빈자리를 가족들이 자체적으로 채웠다는 얘기다.
보고서는 사용자와 노동자의 대립적인 관계가 서로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고 있음을 지적했다. 최저임금의 부작용을 줄이고 순영향을 극대화시키 위해서는 이익 집단간의 의사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사를 진행한 박수형 정치발전소 지방자치센터장은 "요식업의 노사관계 역시 단기적인 이익 극대화 방향으로만 작동하고 있다"며 "요식업 노동자 다수의 근무 기간이 1년 이하로 매우 짧은 데서 확인할 수 있듯이, 노동자들은 짧은 기간 동안 근무하면서 가능한 많은 임금과 수당을 얻는 데만 주력할 뿐 일에 대한 헌신이나 작업 숙련을 높이는 것은 등한시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용자 역시 임대료 상승 압박과 함께 노동자들의 이직이 빈번한 조건에서 4대 보험이나 수당 지급 같은 복지 증진을 통해 그들에게 안정적이고 윤택한 노동 조건을 제공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보고서는 건물주, 자영업자, 노동자 대표로 지역 상권 문제를 다루는 '상권별 협의기구'를 대안으로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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