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회사가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3개를 모두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받으면서 '글로벌 톱 바이오제약 기업으로의 성장'이라는 비전 달성에 한 발 더 다가갔다.
17일(한국시간)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4일(현지시간) FDA로부터 유방암 치료 바이오시밀러 '허쥬마'에 대한 시판 허가를 받아냈다. 앞서 FDA는 셀트리온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와 항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에 대한 허가도 내준 바 있다.
미국 시장에서 의약품을 판매한다는 건 세계 어느 지역에서나 해당 제품을 허가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FDA의 의약품 허가 과정이 매우 까다로워서다. 실제 FDA가 내주는 우수 의약품 제조·품질 관리(GMP) 인증은 '통용되는(current)'이라는 말이 붙어 cGMP라고 불린다. 이에 미국에서의 시판 허가와 판매 실적은 다른 국가의 시장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미국의 의약품 시장은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로 허쥬마의 미국 시판 허가는 셀트리온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분야 선두주자로서의 입지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회사 측은 자평했다. 셀트리온은 지금까지 FDA가 허가한 16개의 바이오시밀러 중 3개를 차지하고 있다.
셀트리온이 FDA로부터 허가를 받아낸 램시마, 허쥬마, 트룩시마의 오리지널 제품은 각각 레미케이드, 허셉틴, 리툭산이다. 3개 의약품의 글로벌 매출 규모는 연간 24조원 가량이며, 이중 미국 매출은 14조원에 달한다.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 가격의 복제약이 고가의 오리지널약과 비슷한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해서다. 특히 시장 경쟁을 유도하려는 미국 행정부의 정책 기조와 부합하기도 한다.
미국보다 앞서 바이오시밀러를 확대하는 정책에 나선 유럽 국가들은 정부의 재정을 절감하면서 환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하는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지난 7월 NHS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영국은 2017~2018년 고가 의약품을 바이오시밀러 등 가격 경쟁력이 있는 대체 의약품으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약 4700억원의 의료 재정을 절감했다.
셀트리온은 이 같은 유럽 국가들의 바이오시밀러 확대 정책의 수혜를 톡톡히 누렸다.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분야의 퍼스트무버였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출시된 셀트리온의 첫 제품 램시마와 트룩시마는 올해 유럽 시장에서 아이큐바이 집계를 기준으로 각각 54%와 32%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5월 출시한 허쥬마도 프랑스 등에서 입찰 수주에 성공하며 빠르게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
이들 3개 제품의 성공은 유럽의 바이오시밀러 장려정책과 더불어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서 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 바이오시밀러 마케팅 담당 관계사)가 축적한 유통 및 판매 노하우,임상 데이터를 통한 의료계의 신뢰 제고 등 시너지를 발휘한 결과라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셀트리온은 미국에서도 항체 바이오시밀러 퍼스트무버로서 확보한 강력한 브랜드와 선도적 입지를 바탕으로 유럽과 유사한 성장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에서 셀트리온의 제품을 판매할 테바(Teva)와 화이자(Pfizer) 등 파트너사와의 협력이 주목된다. 트룩시마와 허쥬마의 북미 판매를 담당하게 될 테바의 항암 네트워크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혈액암 치료제인 트리세녹스(Trisenox), 벤데카(Bendeka), 트린다(Treanda) 등의 의약품을 유통하며 미국 항암제 시장에서 강력한 세일즈 역량과 네트워크를 쌓아둔 덕이다.
오리지널약 개발사들이 구축한 진입장벽도 약화되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판매사들이 제기한 반독점 소송 경과에 시선이 쏠린다. 미국에서 램시마를 판매하는 화이자는 지난해 9월 레미케이드를 판매하는 존슨앤존슨을 상대로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존슨앤존슨이 리베이트를 활용해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미국의 병원은 의약품을 구매할 때 보험사로부터 일정 수준의 리베이트를 받는데, 존슨앤존슨이 병원을 상대로 리베이트를 철회하겠다고 경고하고, 바이오시밀러로의 처방 교체 거부에 따른 혜택을 부여했다는 게 화이자의 주장이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더글라스 랭클러 당시 화이자 수석부사장은 "J&J의 일련의 행동은 BPCIA와 미국의 독점금지법 정신에 반하는 행위"라며 "우리는 환자들이 저렴한 바이오시밀러 치료법을 통해 혜택을 보고 쉽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이 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존슨앤존슨은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에 소송의 각하를 요청했으나, 필라델피아 연방법원은기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추후 소송결과에 따라 미국에서의 바이오시밀러 시장점유율이 더욱 빠르게 높아질 수 있다고 셀트리온 측은 기대하는 중이다.
특히 항암제 분야에서 바이오시밀러의 확산이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된다. 항체 바이오의약품 중에서도 비싼 가격으로 논란이 돼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유방암 환자가 허쥬마의 오리지널의약품으로 치료받을 경우 연간 약 8만달러가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미국암학회(ASCO)는 항암 치료제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환자들이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으며, 심지어 많은 환자들이 치료를 포기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 학회에 따르면 암 환자의 경우 다른 환자에 비해 파산할 확률이 2배 이상으로 높다.
미국 정부는 이처럼 높은 약가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지난 2009년 바이오의약품 가격 경쟁 및 혁신법(BPCIA)를, 올해는 미국 환자우선(American Patients First) 정책을 각각 발표했다. 시장 경쟁을 촉진하고 규제에 대한 부담을 줄여 약을 시장에 빠르고 저렴하게 공급하는 처방약 가격 인하 정책이다. 특히 미 정부는 즉각적인 조치 중 하나로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혁신과 경쟁을 위해 바이오시밀러의 사용 촉진을 위한 추가적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셀트리온의 허쥬마가 출시되면 높은 약가 때문에 항체의약품 항암제의 치료 혜택을 받지 못했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며, 유방암 환자뿐 아니라 미국 보건당국의 건강재정 부담도 현저히 덜어줄 수 있을 전망이다.
유럽에서도 항암 항체 바이오의약품이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허쥬마의 오리지널약인 허셉틴은 비싼 약가 때문에 유럽 보건당국과 기업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영국에서의약품 보험급여 여부 논란이 이어지던 중 트라스투주맙(허셉틴의 성분명)의 투여를 기다리던 환자가 사망하면서 큰 이슈가 되기도 했다.
허쥬마는 항암제의 특성상 매우 빠르게 오리지널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다양한 치료옵션이 있는 자가면역질환 영역과 달리, 인간 상피세포 성장인자(HER2) 양성인 유방암 환자에게 투약할 수 있는 약은 트라스투주맙이 독보적이어서다. 또 현재 개발되고 있는 HER2 양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다른 치료제들은 가격이 매우 높고, 허가 적응증이 제한적이기에 허쥬마와 경쟁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HER2 양성 유방암 치료제로 로슈가 개발한 바이오베터(바이오의약품의 개량신약)의 경우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치료비가 연간 16만7000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쥬마 이외의 트라스트주맙 바이오시밀러의 허가·출시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점도 허쥬마의 미국 시장 선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바이오콘과 밀란이 공동 개발한 오기브리(Ogivri)는 허가를 받았으나 아직 출시되지 않았다. 'ABP 980'를 공동개발하고 있는 암젠과 엘러간은 지난 6월 1일 FDA로부터 보완서류요구메일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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