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 일선 경영에서 물러날 것이 확실시되면서 삼성 패션사업의 향방에 큰 관심이 쏟아진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인 이 사장은 지난 16년간 삼성의 패션사업을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만큼 그의 퇴진으로 인한 삼성 패션사업의 위축은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삼성물산 및 삼성복지재단에 따르면 이서현 사장은 내년 1월 1일부터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에 취임한다. 삼성복지재단은 이미 지난 6일 임시 이사회를 개최해 이 사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삼성물산 차원에서 이와 관련 공식 인사는 아직 나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복지재단 인사 발표에서 이 사장을 '전(前) 삼성물산 패션부문 사장'이라고 언급하는 등 이 사장의 퇴진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오너 일가의 결정이고, 또 처음 있는 일이어서 섣불리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이르면 이번주 내로 조직 개편이 날텐데 그 때 구체적으로 이 사장과 관련한 공식 입장이 나오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 사장의 퇴진은 곧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장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녀이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동생이다.
서울예고와 파슨스디자인스쿨을 졸업한 이 사장이 삼성 패션사업에 '오너 경영자'로서 발을 들인 것은 2002년 '제일모직'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사장은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를 했다. 이후 2005년 제일모직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 2009년 제일모직·제일기획 전무, 2010년 제일모직·제일기획 부사장을 역임하며 고속 승진을 해왔다.
2014년부터는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경영기획담당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 일선에 본격 나섰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한 이후에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을 이끄는 '원톱'으로 삼성의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사장의 퇴진 결정은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부진한 실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삼성물산에 따르면 패션부문 매출은 2015년 1조7383억원, 2016년 1조 8340억원, 2017년 1조7495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연매출 10조원 달성이란 이 사장의 예상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적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각각 89억원, 452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2017년 부실한 사업을 정리하며 326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3분기 다시 18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 사장이 패션사업에 애정을 갖고 사업을 벌여 왔지만 결국 침체에 빠진 패션업계에서 그 역시 별 수 없었다.
이 사장의 퇴진으로 이참에 삼성에서 패션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접으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흘러나온다. 그만큼 이 사장이 삼성 패션사업을 대표하는 얼굴로 통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설(說)일 뿐 현재까지 정해진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상황.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너 경영이 막을 내린 만큼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패션업계 관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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