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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터피자 방배본점. [사진 = 매경DB] |
기업의 상장 폐지는 곧 투자 위기로 다가온다. TV 광고와 마케팅, 물류 시스템 등에 대한 투자액을 줄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불매 운동 자제를 당부하는 한편 구매협동조합 설립에 속도를 내 정상화를 꿰한다는 방침이다.
◆'갑질 논란' 시점부터 실적 곤두박질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MP그룹의 개별 기준 영업이익이 역성장하기 시작한 건 2015년부터다. 당시 영업손실은 72억5800만원으로 2016년 89억원, 지난해 109억원으로 영업손실 규모는 점점 늘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액은 7억원이다.
영업익이 줄어든 건 매출액이 쪼그라들었기 때문이다. 2015년 1103억 원을 기록했던 미스터피자 매출은 2016년 970억원, 지난해 815억원, 올해 3분기까지 누적 500억원에 그쳤다. 국내 토종 피자 프랜차이즈 1위를 지키던 2010년(1510억원)보다 절반 가량 줄어든 규모다.
미스터피자의 실적이 곤두박질 치기 시작한 건 오너 일가의 갑질 사태가 터진 뒤부터다. 정우현 전 MP그룹 회장은 2016년 경비원 폭행 사건과 가맹점 인근 보복출점, 친인척 계열사 끼워넣기를 통한 부당 지원 등의 갑질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이후 지난해 3월 보복출점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가맹점주가 자살하면서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6월 검찰의 수사 끝에 정 전 회장은 모든 직책에서 물러난 뒤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됐다. 정 전 회장은 올해 1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오너의 일탈은 회사의 위기로 다가왔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3일 MP그룹 주권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오는 24일까지로 예정된 코스닥시장위원회에서 이 같은 의견이 통과되면 상장폐지가 확정되고 정리매매가 시작된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액은 3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상장사 주요 임직원의 횡령·배임 금액이 10억원 이상이나 자기자본의 3% 이상일 경우 해당 기업의 주식 거래를 정지한 뒤 상장 적격성 심사 대상 여부를 검토한다. 정 전 회장의 횡령·배임 금액은 당시 자기자본 대비 31.63%에 해당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MP그룹 상장폐지 의결의 배경은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개선 불투명"이라면서도 "오너의 횡령·배임 혐의로 상장폐지가 된 사례와는 다르다. 일탈 행위가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줄어들 것…가맹점, 구매협동조합 꾸려
상장 폐지가 의결되자 MP그룹은 그동안의 경영 개선 노력을 강조하며 해명 의지를 밝혔다. 실제 MP그룹의 실적은 지난해 110억원 영업손실에서 올해 상반기 3억원 흑자 전환하며 빠르게 개선됐다. 직원 40% 감축과 자산 매각 등을 단행한 결과다.
그러나 가맹점과의 관계 개선에는 다소 의문이 든다는 게 점주들의 입장이다. MP그룹은 가맹점과 구매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원·부자재 공급문제를 해결하고, 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해명문을 통해 주장했다. 실제 미스터피자는 올해 8월 '가맹점주 구매협동조합'을 구성했다.
이동재 미스터피자 가맹점협의회장은 "구매협동조합이 구성될 당시 막판까지도 본사의 참여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며 "개선 노력으로 가맹점과의 구매협동조합을 들먹이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미스터피자 가맹협의회에는 총 250개 가맹점 중 170여개가 참여하고 있다.
미스터피자 가맹본사는 올해 9월 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식을 맺고 필수 구입품목 중 냉동새우와 베이컨 등 25개 품목을 비(比) 필수 구입품목으로 전환했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대량 구매를 위한 구매협동조합을 구성했으나 여기에 본사가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회장은 "오너리스크에 따른 불매 운동으로 매출이 30% 가량 떨어져보니 가맹점주협의회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며 "상장 폐지는 곧 가맹점에 대한 투자 위축을 뜻한다. 상장 폐지보다 더 부정적인 일이 발생하더라도 가맹점주들이 버티기 위한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미스터피자 가맹점주협의회는 내년 1월1일 '미피구매협동조합'의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로부터 구입하지 않아도 되는 비 필수품목에 한해 '폐쇄몰
이 회장은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에 나설 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건 가맹점"이라며 "본사가 하지 못 했던 이미지 쇄신을 위해 가맹점주들이 나서고 있다. 외면하지 말고 애용해달라"고 당부했다.
[디지털뉴스국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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