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대전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에서는 '이진경 작가 데뷔전'이 열렸다. 8년째 난치병으로 투병중인 이진경(16)양이 어머니와 함께 곱게 차려입고 본인의 고양이 그림을 선보이며 소원을 성취하는 현장이다.
한화갤러리아가 매년 연말 한국메이크어위시재단과 연계해 전국 주요 대형병원 환아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증정하는 '갤러리아 나눔트리' 프로그램을 통해 접수된 사연으로 출발했다.
이 양은 초등학교 6학년이던 지난 2014년 여름 배가 아파 찾은 병원에서 '재생불량성빈혈' 진단을 받았다. 힘든 골수 이식과 약물 치료를 반복하면서도 이 양이 버틸 수 있는 건 바로 본인이 아끼는 고양이를 그림을 그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독한 치료 과정에서 갑자기 고양이 알러지가 생기는 바람에 고양이를 만질 수 조차 없게 되자 고양이에 대한 애정을 그림으로 풀 어냈다. 네 발이 아닌 두 발로 걷고, 빵을 굽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한 그림 속 천하무적 고양이는 마치 이 양의 바람을 대신 투영한 듯 했다. 이 양 소원은 오랜 투병 생활에 힘이 되어준 고양이를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전시회를 열고, 고양이 그림이 들어간 물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충남대학교병원을 방문한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 임직원 봉사단과 메이크어위시재단이 입원 중이던 진경 양을 만나 소원을 접수받았고, 이 양 가족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중부권 최대 백화점 갤러리아백화점 타임월드에서 전시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 양이 어려운 투병생활을 이겨내고 작가의 꿈을 이루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이 양은 최선을 다해 전시회용 그림 8점을 완성했고, 쌍둥이 동생 혜경 양 그림 2점을 더해 전시회 작품을 구성했다.
이뿐 아니다. 이 양이 아이돌보다 더 보고 싶었던 인기 웹툰 작가 '달고나'가 대전까지 찾아와 멘토링을 해 준 것이다. 달고나는 2013년부터 케이툰에서 '달고나 일기'를 연재하고 디자인문구 브랜드 '스튜디오 달고나'를 운영중이다.
이날 전시회 개막식에는 이진경양은 백화점에서 특별히 마련한 의상을 차려입었고, 아픈 딸을 돌보면서 생업까지 이어가느라 늘 바빴던 어머니는 백화점 속 미용실에서 헤어 스타일링과 메이크업을 받아 화려하게 변신했다. 모녀는 나란히 테이프 커팅식을 하고 이 양이 백화점 임직원과 자원봉사자들, 관람객들 앞에서 본인의 그림에 대해 설명하고 다과를 나눴다. 이날 진경 양의 고양이 그림이 들어간 파우치와 텀블러, 작가 달고나가 기부해준 물품 등 3만원 상당의 상품이 든 럭키 박스를 제작해 판매하는 시간도 가졌다. 행사 당일 참여 고객에게 5000원 이상 자율 기부 형식으로 판매했다. 이날 모인 수익금도 이 양 뜻에 따라 난치병으로 힘들게 생활중인 다른 친구들의 소원 성취를 위해 메이크어위시재단에 기부했다.
진경 양의 어머니 김효준 씨는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의욕적이었던 만큼 진경이 컨디션이 좋았다"며 "딸이 오늘 소원을 이룬 것처럼
한화갤러리아 관계자는 "지속성과 진정성이야말로 갤러리아 사회공헌활동의 주안점"이라며 "앞으로도 난치병 환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소원을 이뤄줄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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