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사진제공=혼다코리아] |
불과 5~6년 전만 하더라도 자동차업계에서 상식처럼 통한 말이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비싸지는 기름값과 강화되는 배출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된 '엔진 다운사이징' 기술 때문이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배기량이 큰 자연흡기 엔진을 작은 배기량의 터보차저나 슈퍼차저 등의 과급기를 이용해 배기량이 적은 엔진으로 대체하는 것을 말한다. 배기량이 적어 기름은 적게 먹고 대기오염 물질은 적게 내뿜지만 힘은 세다. '엔진 다이어트'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진 다운사이징은 터보엔진이 이끌고 있다. 터보엔진의 핵심인 터보차저는 군사 기술이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가 고공비행을 할 때 낮아져 출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엔진에 공기를 밀어 넣은 것에서 시작됐다.
공기를 압축시켜 엔진 속으로 보내는 터보차저가 있어야 같은 배기량보다 높은 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스포츠카 NSX, 시빅 타입R과 같은 고성능 모델을 통해 '자연흡기 엔진의 강자'로 여겨졌던 혼다도 터보엔진에 눈을 떴다. 대표 결과물은 혼다 어코드 터보(3590만원)와 어코드 터보 스포츠(4230만원)다.
사실 혼다 어코드는 말이 필요없는 월드 베스트셀링카다. 1976년 첫 선을 보인 이후 40년간 세계 160개국에서 2000만대 이상 판매됐다. 국내에서는 2004년 첫 출시된 뒤 현재까지 4만여대가 판매됐다.
올해 선보인 10세대 올뉴 어코드는 자연흡기를 선호하던 어코드 역사상 처음으로 터보엔진을 탑재했다. 변속기도 고단수다. 9단 고수도 드문 상황에서 혼다가 독자 개발한 버튼식 10단을 장착했다.
2.0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장착한 올뉴 어코드 터보 스포츠는 지구력 평가요소인 최고출력이 256마력, 순발력 평가요소인 최대토크가 37.7kg.m다. 3.5ℓ 가솔린 엔진을 얹은 기존 9세대 어코드 3.5(282마력, 34.8kg.m)와 맞먹는 힘을 발산한다.
어코드 터보 스포츠는 게다가 친환경적이다. 연비는 10.8km/ℓ,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8g/km로 기존 어코드 3.5(10.5km/ℓ, 167g/km)보다 우수하다.
1.5ℓ 가솔린 터보엔진을 얹은 어코드 터보는 최고출력이 194마력, 최대토크가 26.5kg.m, 연비가 13.9km/ℓ다. 기존 9세대 어코드 2.4(188마력, 25kg.m, 12.6km/ℓ)보다 우수하다.
어코드 터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18g/km다. 국산 준중형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저공해 3종 차량에 해당한다. 세금 감면과 공용주차장 요금 감면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배기량이 적어 자동차 세금도 저렴하다.
어코드 터보 스포츠는 여기에 고속 주행 때는 셔터를 폐쇄해 공기 저항을 낮추고 도심 주행 때는 셔터를 개방해 엔진을 냉각하는 액티브 그릴 셔터, 범퍼 하단부 양측면에서 브레이크 열을 낮추는 에어커튼을 장착해 주행 성능과 연료 효율성을 모두 향상시켰다.
![]() |
↑ [사진제공=혼다코리아] |
전면부는 강렬하다. 혼다 차세대 시그니처 페이스인 '솔리드 윙' 프런트 그릴, 로마 검투사 글래디에이터의 단검을 연상시키는 날렵하고 날선 모습의 풀 LED 헤드램프가 공격적인 성향을 드러낸다.
뒤쪽 지붕에서 끝까지 경사가 완만한 패스트백 디자인은 매끈하고 날렵한 이미지다. 뒷모습은 안정감에 초점을 맞췄다. 안쪽 밑을 향해 비스듬하게 디자인된 디귿(ㄷ)자 형태의 리어램프는 시선을 모아주는 역할을 담당한다.
실내는 도어 패널부터 인스트루먼트 패널까지 수평으로 디자인해 안정감과 공간감을 향상했다. 크롬 도금, 실베 데코레이션을 곳곳에 사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도 추구했다.
계기판은 7인치 TFT 디지털 방식을 채택해 시인성을 높였다. 대시보드 삽입형이 아닌 플루팅 타입 8인치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조작 편의성도 강화했다. 언어도 영어가 아닌 한글로 나온다.
암레스트는 길어져 팔걸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한다. 운전자 손길이 많이 닿는 사이드 패드와 도어에는 촉감이 부드러운 소프트 재질을 사용했다.
패스트백 형태이지만 뒷좌석 머리 위 공간이 좁아 보이지 않는다. 뒷좌석 실내공간이 넉넉하기로 유명한 어코드의 DNA를 그대로 유지했다. 60대40 폴딩 방식도 적용했다.
시트에 앉으면 착좌공간이 넓어 편안함이 느껴진다. 입체적 디자인은 몸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시트 포지션은 낮다. 스포츠 드라이빙에 적합하도록 설계해서다.
3포크 가죽 스티어링휠(핸들)은 그립감이 우수하다. 두께는 적당하다. 버튼식 10단 변속기는 처음에는 낯설다. 기어스틱을 조작하는 게 아니라 버튼을 눌러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오른손이 허전하다.
운전석 시야는 넓어졌다. A필러를 100mm 뒤쪽으로 밀고 앞 유리를 라운드 형태로 디자인한 효과다.
![]() |
↑ [사진제공=혼다코리아] |
고속에서 스포츠 모드로 변경하자 스티어링휠이 살짝 무거워지는 느낌이 나고, 가속페달이 민감하게 반응한다. 가속페달을 힘껏 밟자 활시위를 당겼다 놓는 것처럼 차가 튕겨나가는 느낌이 든다. 시트가 낮고 차체 안정성이 우수해 노면에 달라붙어 주행한다.
액티브 컨트롤댐퍼 시스템은 차체 흔들림을 잘 잡아준다. 현존 변속기 중 최강인 10단 변속기는 부드러우면서도 매끄럽고 빠르게 변속한다.
혼다 센싱은 '고속 공포증'을 없애준다. 전면 그릴 하단에 장착된 레이더와 전면 유리 윗부분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자동 감응식 정속 장치(ACC), 저속 추종 장치(LSF), 차선 유지 보조 시스템(LKAS), 추돌 경감 제동 시스템(CMBS), 차선 이탈 경감 시스템(RDM), 오토 하이빔 등을 구현한다. ACC는 30~180km/h 구간에서 작동한다.
오른쪽 차선으로 변경
올뉴 어코드는 에너지가 넘친다. 하지만 넘친다고 허투루 쓰지 않는다. 힘세고 오래가는 에너자이저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