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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마세라티 , 메르세데스-벤츠] |
그러나 호사다마. 판매대수가 많아지다 보니 독일 브랜드에 식상해하는 소비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디젤게이트도 독일 브랜드 전성시대에 타격을 줬다. 이에 독일 브랜드 때문에 쓴 맛을 봤던 일본·미국 브랜드는 물론 영국·스웨덴·이탈리아 브랜드들도 그 틈새를 공략하면서 독일 브랜드는 '절대'가 빠진 그냥 '강자'가 됐다.
독일 브랜드 영향력이 막강한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이탈리아 하이 퍼포먼스 럭셔리 브랜드인 마세라티가 주목받고 있다. 사실 2~3년 전만 해도 마세라티는 독일 브랜드 때문에 울었다. 국내 수입차 시장을 장악한 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아성을 뛰어넘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것도 문제였다.
판매대수도 미미했다. 2013년에는 연간 판매대수가 120대에 불과했다. 2014년에는 730대로 판매대수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1000대 미만에 그쳤다.
그러나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직접 경쟁할 수 있는 기블리가 출시되면서 상황이 변했다. 2015년에는 전년보다 180% 증가한 1300여대를 판매하면서 1000대 고지를 돌파했다. 이 중 70%를 기블리가 담당했다. 지난해에는 대박 드라마 '도깨비' 열풍에 힘입어 '도깨비 차'로 인지도를 높인 르반떼까지 가세하면서 판매대수가 또 다시 180% 늘었다.
마세라티는 올들어서도 10월까지 1406대를 판매했다. 이중 기블리는 490대다. 마세라티 판매차량 3대 중 1대는 기블리가 책임짐 셈이다.
마세라티 판매사인 FMK는 벤츠·BMW·아우디 세단을 타던 고객들이 다음 차로 기블리를 선택한다고 분석했다. 독일차 '탓'에 울던 마세라티가 독일차 '덕'에 웃게 된 셈이다.
FMK에 따르면 자체 조사 결과, 올들어 마세라티 차량을 구입한 고객 중 독일 3사 브랜드 차량 보유자 비중이 60% 이상으로 나왔다.
기블리 고객의 경우 10명 중 7명이 독일 브랜드에서 넘어온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메르세데스-벤츠 C·E클래스, BMW 3·5시리즈, 아우디 A4·A6 등을 기존에 탔던 것으로 나타났다. 기블리가 '독일차 킬러'로 떠오른 것이다.
이들은 기존에 탔던 독일차의 탄탄한 기술력에 만족하면서도 다음 차로 독일차 대신 기블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희소성, 감성, 가격을 꼽았다. 기블리는 흔해진 독일차와 달리 판매대수가 적은 슈퍼카여서 희소가치가 높다.
또 이탈리아 장인정신을 투영한 디자인과 마세라티 특유의 가슴 두근거리는 배기음으로 감성을 자극한다. 가격도 1억원대로 독일차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부담도 적다.
실제로 기블리를 포함한 마세라티의 가장 큰 경쟁력은 감성이다. 독일차는 빈틈없는 품질과 강력한 퍼포먼스와 같은 기술 분야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마세라티는 자동차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슷한 가격대에서는 비슷한 성능을 보이자 차별화를 위해 고성능 외에 '오감 만족'에 더 많은 공을 들였다. 명품 패션의 메카인 이탈리아 출신 슈퍼카 브랜드라는 정체성도 여기에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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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출처 = 마세라티] |
CLS는 '쿠페=2도어'가 공식처럼 여겨졌던 2003년 4도어 쿠페라는 새로운 세그먼트를 창출하며 등장했다. 쿠페 특유의 우아함을 드러내는 유려한 라인과 다이내믹함을 강조하는 독창적 디자인 요소들로 디자인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5년 처음 선보인 뒤 지난해까지 1만4000대가 판매되면서 쿠페 시장의 절대 강자로 자리잡았다.
이번에 나온 더뉴 CLS는 3세대 모델로 6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됐다. CLS 최초로 5인승 모델로 개발돼 여유롭고 안락한 실내 공간을 갖췄다. '실용 쿠페'인 셈이다.
현재 판매되는 뉴 기블리와 더뉴 CLS는 성능에서는 막상막하다. 기블리 가솔린 모델은 페라리 마나넬로 공장에서 마세라티만을 위해 수작업으로 조립된 V6 엔진을 장착했다. 기블리 중 가장 고성능인 S Q4(1억2870만원)는 최고출력이 430마력, 최대토크가 59.2kg.m다. CLS 400d 4매틱 AMG 라인(1억750만원)은 각각 340마력, 71.4kg.m다.
지구력 평가요소인 출력은 기블리, 순발력 평가기준인 토크는 CLS가 각각 우세하지만 두 차 모두 일반 도로에서는 우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고성능을 갖춰 비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 발진가속도(시속 0→100km/h 도달시간)도 기블리가 4.7초, CLS가 5초로 비슷한 수준이다.
전장x전폭x전폭은 기블리가 4970x1945x1455mm이고 CLS가 4990x1890x1435mm다. 기블 리가 짧고 넓고 높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기블리가 3000mm, CLS가 2940mm다. 기블리가 CLS보다 실내공간이 넓고 뒷좌석 헤드룸이 넉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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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촬영 = 최기성 기자] |
라인업이 다양하면 같은 차이지만 다른 매력을 발산해 소비자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데 유리하다. 디젤게이트 이후 가솔린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점도 기블리에 이점이다.
디자인에서는 우열을 가리기 어렵다. 소비자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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