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필름 한 장으로 대장암 진단한다

↑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가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으로 대장암 환자의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하고 있다

최근 '피 한방울'로 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기존 기술들과는 달리 특별한 장비없이 보다 손쉽게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서울아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박인자·융합의학과 신용 교수팀은 가로 7cm, 세로 8cm 정도의 초박형 플라스틱 필름 한 장으로 혈중 유리핵산을 효과적으로 분리해내 저비용으로 대장암을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새롭게 개발했다고 1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새로 개발된 기술의 대장암 진단 정확도 역시 기존의 혈액으로 암을 진단하는 기기들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암 환자는 정상인보다 혈중 유리 핵산(cfNA) 농도가 높은데, 시중에 나와있는 혈중 유리 핵산 분리 기기들은 원심 분리기, 진공 펌프, 직류 전원 장치 등 다양한 장비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이 기술은 'DTBP(디메틸디티오비스프로피온이미데이트)'라는 물질이 혈중 유리 핵산(cfNA)과 선택적으로 결합한다는 특성을 이용해 성인 남성 손바닥의 반절만한 얇은 플라스틱 필름에 미리 채취해놓은 소량의 혈액을 흘려보내면 혈중 유리 핵산을 분리시킨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환자의 비용 부담이 매우 적다. 진단 정확도 역시 좋아졌다. 연구팀이 실제 대장암 환자 14명을 두 집단으로 나눠 새롭게 개발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과 기존의 분리 기술을 각각 적용한 결과, 시중에 나와 있는 혈중 유리 핵산(cfNA) 분리 기술을 이용한 진단법은 약 57%의 진단 정확도를 보인 반면 새롭게 개발된 플랫폼 기술은 약 71%의 진단 정확도를 보였다. 진단에 걸리는 시간 역시 기존 분리기술을 이용할 경우 평균 약 1시간 걸렸지만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적은 혈액만 플라스틱 필름에 흘려보내도 되기 때문에 20분 이내로 단축됐다.
신용 서울아산병원 융합의학과 교수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발병률 1위인 대장암은 조기에 발견되면 완치율이 크게 높다"며 "이번 연구로 조직 검사보다 소요 비용이 낮고 정확도는 크게 높아진 기술이 개발됐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이어 "상용화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번에 새롭게 개발한 혈중 유리 핵산 분리 플랫폼 기술로 암을 정확하고 간편하게 진단해 암 환자들이 빠르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12.44)' 온라인 판에 최근 게재됐으며, 한국보건산업진흥원과 한국연구재단, 서울아산병원 아산생명과학연구원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