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얼굴을 찍은 사진을 내세워 공개적으로 구인 활동을 하는 가사도우미 수만 1만여명이 넘는다. 이들은 유튜브를 통해 교육을 받으며 소통한다. 프로필 사진을 잘 찍는 노하우부터 집 안 구석구석 청소를 잘하는 팁 등을 공유한다. '올해의 대리주부상'을 만들어 1년에 한번씩은 오프라인에서 성대한 파티도 연다.
음성 시장에 가까운 가사도우미 시장을 양지로 이끌어 낸 O2O(온오프라인 연계) 홈서비스 업체 '대리주부' 얘기다. 중장년층에는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가정의 가사부담은 확 줄이자는 게 서비스의 철학이다.
지난해 거래액으로만 200억원을 올렸으며, 앱 다운로드 수는 125만건을 기록해 관련 업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가사도우미의 수는 총 1만5000여명으로 전원 한국인이다. 국내 최대 인력 규모를 자랑하는 대리주부, 이 곳을 이끄는 홈스토리생활 한정훈(사진) 대표를 만나봤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는 세제와 비누, 설겆이용 장갑 등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그가 추구하는 '가사서비스 시장의 혁신'에 관해서부터 얘기했다.
"기존 가사서비스 시장에서 가사도우미들은 동단위에 있는 직업소개소에 월회비 등의 돈을 내고 일을 받는 구조에요. 지금도 95% 정도는 이 같은 구조로 일이 이뤄지고 있고요. 그런데 그 가사서비스 이용자와 공급자 간 '정보 비대칭' 부분이 커요. 가사도우미 선택이 복불복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어떤 가사도우미가 집에 올 지 모른다는 겁니다. 내 집을 모두 공개해야함에도 불구하고요. 비합리적이고 낙후된 가사서비스 시장을 바꿔보고 싶었죠."
대리주부는 고객이나 가사도우미로부터 가입비를 전혀 받지 않고 있다. 또 전국 단위로 고객과 공급자 간 매칭을 한다. 특히 자동 매칭이 아니라 고객이 가사도우미를 선택할 수 있고, 동시에 가사도우미 역시 고객을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모든 정보가 오픈돼 있는데, 가사도우미의 프로필은 물론 고객이 남긴 서비스 이용 후기나 평점 등을 모두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서비스 이용 가격의 선택제'. 가사서비스 시장 혁신의 일부다.
↑ 출처: 대리주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대리주부9단' 속 '대리주부 월 200만원 벌기 프로젝트' 동영상 일부 |
가격 선택제는 2014년 020 홈서비스 업체 중 대리주부가 처음 도입했다. 비싼 이용료에도 불구하고 정액제보다 이를 더 선호하는 고객들이 많다는 게 한 대표의 말이다. 저렴한 이용료보다는 양질의 서비스를 더욱 원하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가 원하는 가격을 수용해 바로 연결이 되는 점도 고객 입장에선 이점이다. 능력을 인정받아 일의 주도권이 생긴 가사도우미일수록 높은 수입을 올리는 것은 물론이다.
현재 대리주부에 등록돼 있는 1만5000여명의 가사도우미 중 고정 수입이 높은 상위 클래스는 400명 정도로 집계되며, 그 액수가 월 350만원에 이른다. 이같은 고수입은 가사도우미들이 프로필을 공개하고, 고객들이 가사도우미를 평가해 솔직한 후기를 공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 대표는 강조했다.
"3년 동안 설득하고 또 설득했습니다. 프로필이나 이용 후기 공개가 가사도우미 분들의 수입을 올리는 길이라고요. 실제로 프로필을 공개하지 않았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보면 수입이 20% 가량 상향됐다는 긍정적인 의견이 나왔고 가사도우미들의 마음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프로필과 이용 후기 등을 공개하면서 가사도우미 입장에선 돈을 많이 벌고, 고객 입장에선 도대체 '누가' 우리집에 와서 청소를 하는지 속속 알 수 있으니 서로 윈윈할 수 있게 된 것이죠."
한 고비를 잘 넘긴 듯한 그에게도 고민은 있다. 여전히 제도권 밖에 있는 가사도우미를 보호하는 길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가사도우미들은 이용자 측 집에서 더는 나오지 말라고 하면 바로 일자리를 잃고 만다. 휴대 전화 문자로도 종종 해고 통보를 받는 등 고용 형태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직장인처럼 실업급여나 퇴직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엄연히 일하는 사람이지만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 한 대표를 고민하게 한다.
"가사서비스의 상향 평준화를 위해선 무엇보다 가사 가사도우미 분들의 고용 형태가 안정돼야 해요. 정식 근로자로 인정받고, 일한 만큼 떳떳이 퇴직금을 받으며 보호받을 때 양질의 인력이 계속 유입이 되는 것이죠. 이와 관련해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안'이 있어요. 하지만 현재 국회에 1년 넘게 계류 중이에요. 이 법만 국회에서 통과가 되면 가사도우미들은 정식 근로자로 대접을 받을 수 있는데…."
↑ 출처: 대리주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대리주부9단' 속 '대리주부 월 200만원 벌기 프로젝트' 동영상 일부 |
실제로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이 되면 그 동안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가사도우미를 비롯한 특수고용직(일용직)의 정식 근로자화가 가능하다. 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을 적용받는 것은 물론이다. 가사서비스 제공기관 역시 정부 인증제를 도입해 보다 전문적이고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한 대표는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해 서형수·이정미 의원의 발의와 고용노동부의 입법예고로 현실화되는 듯했던 '가사근로자 고용 개선에 관한 법률안'은 국회의 무관심과 정부의 소극적 대처로 1년째 표류하고 있다.
"국회의원 분들이 조금만 더 열심히 일을 해주시면 되는데…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이 시점에서 가사특별법 시행은 꼭 필요합니다. 중장년여성의 활동성을 키우고, 가사 서비스 시장을 양성화하는데 이 만한 법은 없으니까요."
가사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거듭 주장한 한 대표는 법 통과 후 1만명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임을 밝혔다. 현재 '야쿠르트 아줌마'가 1만5000여명 규모라고 하는데, 대리주부에선 이미 1만5000여명이 일을 하고 있고, 이 법이 통과되면 1만명을 더 고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사서비스 인력의 증가는 육아 및 가사 노동에 대한 분담이 절실한 워킹맘들에게도 희소식이다.
"흔히 '100세 시대'라고 합니다. 100세 시대에는 50~60대 분들에게도 일자리가 점차 필요해지고 있어요. 특별한 자격증이 없어도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며 일자리를 가지고 싶어하는 분들이 주변에 많죠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신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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