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규모 5.4의 이례적으로 큰 포항지진의 원인이 2016년 규모 5.8의 경주지진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대지진 이후 안정적인 단일 판상 지역 내 중간 규모 지진들의 앞당겨진 발생과 그 특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문에 한반도 지각을 구성하는 매질 입자 간 응집력이 약화했다고 설명했다. 지진의 경우 매질은 쉽게 말해 땅이다. 지진파를 매개하는 물질이 매질이다. 지진 규모나 발생 빈도는 땅에 작용하는 힘인 응력(스트레스)에 따라 결정된다. '매질이 약화했다'는 건 지진 활동을 높이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뜻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한반도 응력변동까지 일으켰다고 홍 교수는 덧붙였다. 이런 분석은 동일본 대지진 이전과 이후의 한반도 지진 상황을 살핀 결과다. 1978년 계기 지진 관측 이후 규모 5 수준 국내지진 발생률은 1년 평균 0.15번꼴이었다. 그런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 다음에는 1년 평균 0.71번으로 크게 늘었다.
지진으로 인한 방출 에너지도 많이 증가했다. 홍태경 교수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 87개월 동안의 방출 에너지는 그 이전 8개월의 방출 에너지보다 10배가량 증가했다"며 "이는 작은 규모의 지진 발생까지 늘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반도 지각이 확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지각이 견딜 수 있는 힘의 한계(항복강도)가 떨어진 것으로 연구팀은 해석했다. 앞서 홍 교수는 2016년 경주지진 발생 직후 "경주에서 남서 방향이나 북동 방향에서 다시 비슷한 규모의 지진이 날 수 있다"고 예측한 바 있다. 실제 경주 북동쪽에 있는 포항에서 이듬해 지진이 나면서 홍 교수 언급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이번 논문에는 두 지진 간 관계를 조금 더 정교하게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가 포함돼 있다. 경주지진이 인접 지역 응력 작용 공간(응력장)을 변화시키면서, 그간 오랜 기간 응력이 쌓였던 포항에서 지진을 유발했다는 뜻이다.
연구진은 경주지진에 의한 포항지역 응력변화 수준(0.002bar)이 지진을 유발할 수 있는 임계응력 변화 수준(0.0001bar) 값보다 크다고 봤다. 홍 교수는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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