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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과 관련해 눈길을 끄는 건, 무역 통계를 내는 관세청과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수치가 정 반대 방향으로 나올 때다. 당장 7월만 봐도 두 기관의 통계치가 엇갈렸다. 두두 통계는 우리 수출경제 흐름을 보여주는 양대 지표다.
이달 6일 한국은행이 낸 '2018년 7월 국제수지(잠정)'를 보자. 우리나라는 7월 상품수지 114억3000만 달러어치 흑자를 냈다. 1년 전 7월 흑자폭(105억8700만 달러)보다 7.9%정도 더 늘어난 셈이다. 8월 말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요즘 경기에 대해 "소비와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냈다"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달 6일 한은 관계자도 "우리나라 수출이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난 달 16일 관세청이 낸 '2018년 7월 월간 수출입 현황(확정치)'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우리나라는 7월 무역수지 69억1200만 달러어치 흑자를 냈는데, 이는 1년 전 7월 흑자폭(102억2300만 달러)보다 오히려 32.4%정도 쪼그라들었다.
올해들어 7월까지 누적수지를 보더라도 두 기관의 통계치 차이가 크다. 이 기간 한국은행 상품수지 누적치는 671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정도 주어드는데 그쳤기 때문에 사실상 비슷한 실적을 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관세청 무역수지 누적치는 384억8300만 달러로 한은 수치보다 확연히 적다. 작년 1~7월 무역수지와 비교하면 30.16%나 감소했다. 작년에 비해 무역수지 흑자폭이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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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종종 증가·감소가 반대 방향으로 나오는 이유는 뭘까. 바로 '통계 편성 방법'상 차이 때문이다. '선박 수주 실적'과 '중계·가공 무역 실적'이 대표적인 예다.
관세청은 수주 이후 신고수리 시점 등을 기준으로 한번에 수출금액을 집계하기 때문에, 선박 수주가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이종욱 관세청 기획통관과장은 "선박 수출은 수주 규모가 척 당 억 달러를 오가는 거액이기 때문에 수주 '기저효과'로 인해 월별 수출 실적이 1년 전보다 확연히 낮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량을 늘려나가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선은 1척 당 금액이 1억8000만달러 선이다.
반면 한은은 실제 해외에서 우리나라로 송금된 액수를 기준으로 집계한다. 이정용 한은 국제수지팀 과장은 "선박이 만들어지는 건조 단계별로 들어오는 돈을 수출 실적으로 잡는다"면서 "선박 건조가 통상 2~5년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수출에 집계된 금액에는 작년을 포함한 과거의 수주실적을 반영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중계·가공 무역을 어떻게 반영하는 지에서도 관세청과 한은이 다르다. 관세청은 '국경'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우리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나서 달라진 결과를 반영한다. 대표적인게 베트남 현지 생산이다. 이종욱 관세청 과장은 "올해 들어 베트남 수출이 1년 전보다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는데, 이는 우리 기업들의 현지생산이 점차 자리잡아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반면 한은은 소유권이라든지 경제주체가 국내 소속인지 여부를 따진다. 이정용 한은 과장은 "우리 기업이 대부분 만들고 나서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최종 가공만 하는 식의 가공무역은 수출로 본다"면서 "비슷한 맥락에서 우리가 가공해서 되파는 중계무역도 부가가치를 생산한 부분에 한해 순수출 개념으로 잡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통계상의 차이를 반영할 때 반도체 같은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의 수출 비중이 살짝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정용 한은 과장은 "한은 차원에서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 따라 반도체 같은 특정 품목별 분류는 하지 않고 있다"면서 "선박 수주 기저효과 때문에 관세청 통계와 방향이 다르게 나올 때도 있지만 전반적인 흐름은 동행성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무역흑자 규모도 중요하지만,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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