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경험이 5회이상인 여성은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보다 알츠하이머 병을 앓게 될 확률이 70%나 높으며,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유산한 적 없는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에 걸릴 위험이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결과는 다산이 좋다는 기존 관념을 뒤집는 것으로 미국의 저명 의학저널 신경학(Neurology)지 7월호에 실렸으며, 게재 직후 CNN, BBC, 타임즈, 뉴스위크, 텔레그라프 등 주요 외신의 집중 조명을 받았다.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기웅 교수 연구팀(공동 제 1저자 배종빈 임상강사)은 국내 60세 이상 여성 3,574명, 그리스 연구팀의 도움을 받아 65세이상 그리스 여성 1074명을 대상으로 출산과 유산 경험이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를 조사한 결과, 5회 이상의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은 출산 경험이 1~4회인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70% 높게 나타났고, 유산을 경험한 여성은 이를 경험하지 않은 여성에 비해 알츠하이머병 위험이 절반에 그친 것으로 밝혀졌다고 13일 밝혔다. 한국과 그리스 여성을 각각 분석했을 때도 출산과 유산이 알츠하이머병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비슷했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치매를 일으키는 가장 흔한 퇴행성 뇌질환)의 발병 위험이 높고, 통상적으로 병리 소견에 비해 증상도 심하게 나타난다. 이는 여성만의 고유한 경험인 임신 및 출산시 겪게 되는 급격한 성호르몬 변화가 알츠하이머병의 발병 위험을 높일 수 있고, 이에 따라 임상 양상의 남녀 차이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성호르몬의 적절한 증가는 뇌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지만, 임신 및 출산시 겪게 되는 에스트로겐, 프로게스테론 등의 급격한 변화는 오히려 알츠하이머병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연구팀은 자궁 혹은 난소 적출 수술을 했거나 현재 호르몬 대체 요법을 받고 있는 여성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해 총 3,549명의 데이터를 분석했으며 나이, 교육정도, 경제수준, 직업,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우울 증상, 폐경 나이, 생식 기간, 모유 수유, 과거 호르몬 대체 요법 여부 등의 요소를 통제하여 분석했다. 또한 치매가 아닌 여성들도 출산과 유산이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기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MMSE)를 실시했다. 그 결과 5회 이상 출산을 경험한 여성의 점수가 1~4회 경험한 여성에 비해 낮았으며, 유산을 경험한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점수가 높았다.
김기웅 교수는 "신경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에스트로겐의 혈중 농도는 임신 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임신 전 대비 최대 40배까지 올라가고 출산 후에는 수일 만에 임신 전의 농도로 돌아오게 되는데, 실험실 연구 결과 지나치게 높은 농도의 에스트로겐은 오히려 신경 독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갑작스런 에스트로겐의 감소 또한 신경 독성을 유발할 수 있다"며 "여러 번의 출산으로 이와 같은 급격한 호르몬 변화를 반복적으로 겪는 것은 뇌 인지기능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주로 임신 초기에 일어나는 유산은 에스트로겐이 경미하게 증가하는 임신 첫 세달 간 일어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 시기에 일어나는 여성호르몬 증가가 뇌세포를 보호해 알츠하이머 발병 위험을 줄여줄 수 있다"고 밝혔다.
김기웅 교수는 "국내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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