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에서 만난 정회도 타로마스터(34)가 타로카드 한 장을 내밀었다. 카드에는 뫼비우스의 띠와 모래시계를 중심에 두고 붓꽃들이 감싸고 있었다. 카드는 푸른빛과 보랏빛이 조화를 이뤘다. 독자를 위한 타로카드를 부탁하자 선택한 카드였다.
이 카드는 정 타로마스터가 직접 기획·제작한 타로카드다. 심리적 안정을 주는 카드를 일러스트 작가와 함께 만들어 컬러링북으로 출간했다. 타로마스터의 컬러링북이라니 참신했다.
↑ 정회도 타로마스터가 내민 '인내의 카드' |
그는 "군대에서 처음 타로를 접한 후 타로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개그맨 시험에 덜컥 붙었다"면서 "이젠 타로를 접어야지 했는데 계속 사람들이 찾아왔다. 개그맨을 그만 둔 후에는 친구와 공부방을 시작해 아파트 상가 내 보습학원까지 규모를 키웠지만 타로를 봐달란 연락이 꾸준히 왔다. 공부를 계속하려 대학원을 가도 마찬가지였다. 운명처럼 직업이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가 운명이라고 말하는 타로이지만, 노력 없이 이뤄지진 않았다. 타로카페에서 2년 가까이 타로를 공부했고 처음에는 무료로 봐주며 타로상담을 이어갔다. 이후 국내 대표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비롯해 ▲마이리틀텔레비전 ▲열정같은소리 ▲연애의 참견 등에 잇따라 출연하며 이름을 크게 알렸다.
정 타로마스터는 "이 일의 가장 큰 장점은 어딜가도 환영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이라며 "확실한 자기만의 컨텐츠를 평생 갖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타로마스터란 사람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이 현실이 되게 도와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지난 10년여 동안 1만5000명이 넘는 사람들의 고민을 나눴던 만큼 보람도 크다. 특히 임신이나 취업은 기쁨이 배가 된다.
정 타로마스터는 "상담 사례 중 임신이 어려워 찾아온 40대 여성이 있었는데 타로카드에 20번 심판카드와 3번 여황제카드가 나왔다. 심판카드는 동양으로 치면 삼신할머니 이미지고 여황제카드는 임신을 의미하기도 한다"며 "임신이 가능하다고 했는데 1년여 후에 포대기에 싼 갓난아기를 데리고 상담소에 찾아 왔다. 건강하게 태어나서 기쁜 마음에 보여주고 싶어 데려 왔다고 해 뭉클했다"고 말했다.
어려운 점으로는 쉽게 입을 열 수 없는 점을 꼽았다.
그는 "사람들에게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다. 전화해서 안부를 물어도 '왜? 뭐가 보여?'란 말을 듣는다(웃음)"며 "마음이 병이 깊은 사람이 왔을 때 상담이 힘들기도 하지만 상담자가 편해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생각해보면 단점이 거의 없는 직업"이라고 전했다.
↑ 정회도 타로마스터 |
정 타로마스터는 "타로는 대부분 독학으로 시작하거나 최근엔 온라인 강의로 접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정 수준의 타로 교육과정과 상담을 거쳐 '타로 고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면서 타로 관련 컨텐츠를 함께 연구하고, 초기 타로마스터에게 가장 어려운 상담 기회를 온·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해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타로마스터 뿐만 아니라 상담자를 위한 워크숍 프로그램도 기획 중이다. 8주와 12주 과정으로 나눠 상담자의 자존감이나 창의성을 높이는 상담 워크숍을 실시할 예정이다. 또, 운에 관한 책과 타로카드 이론서도 제작하고 있다.
정 타로마스터는 "타로전문가라고 하면 배움이 적거나 돈을 못 버는, 길거리를 배회하는 집시 이미지가 아직 강하다"면서 "이 같은 편견을 극복하고 타로마스터가 심리상담가이자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힐러(healer)로 사회적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말했다.
정 타로마스터는 타로를 배우거나 배우려는 사람들을 위한 조언으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 자신감이 있어야 조언하는 위치에 있을 수 있다. 타로마스터가 나서서 '재미로 보는 것'이라고 하면 안 된다. 사실 재미로 보는 게 아니다. 상담으로 상대의 마음가짐이 변하고 미래가 바뀔 수 있다"며 "타로상담은 굉장히 의미있는 작업이다. 책임감을 갖고 많은 사례를 통해 상담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타로 상담은 타고난다' 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타로는 언어다. 새로운 언어를 통해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은 물론, 상대와 가까워지는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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