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시절, 아내와 쇼핑할 때가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보다 즐거웠어요. 의류 매장에서 아내가 옷을 입어볼 때면 마냥 앉아서 기다리기 보단 여성복을 구경했어요. 남성이 여성복을 고르긴 어렵다고 하지만, 평소 아내의 패션 스타일을 유심히 봐뒀다가 기념일이면 선물했는데 취향에 맞았나봐요. 진심으로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제일 좋았어요."
지난 14일 서울 강남구 위메프 본사에서 만난 황준호 위메프 여성의류팀 파트장(33)은 옷 얘기에 입꼬리를 가득 올렸다. 디자인 전공이 아닌 경영학과 출신으로 올해 입사 5년차의 '주니어 MD(상품 기획자)'이지만 지난해 파트장에 올랐다. 그의 손에서 일 매출 1억원이 넘는 슈퍼투데이특가 딜이 4개나 탄생했다. 그가 속한 위메프 여성의류팀은 매월 역대 최대 매출 기록을 갱신하며 올해 해외 포상휴가를 떠나기도 했다.
↑ 황준호 위메프 여성의류팀 파트장 |
황 파트장은 "과거엔 오프라인 매장에서 팔리지 않은 의류 재고를 온라인몰에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가격적인 이점만 있었다면, 지금은 온라인 룩 북(look book)에서 괜찮다고 생각한 스타일이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 풀릴 정도로 온라인몰 트렌드가 더 빨라 예쁘고 저렴한 옷을 먼저 구입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특정 시점이 되면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의 스타일링이 같아지는데 이 땐 온라인몰의 가격 이점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황 파트장이 가장 주력하는 것도 '가격'이다. 그는 "오프라인 매장에선 디자인이나 색상을 먼저 확인한 뒤 마음에 들면 가격표를 확인하게 되지만, 온라인몰은 가격이 먼저 노출된다. 발품을 파는 수고로움 없이 타 제품이나 타 매장과의 가격 비교도 쉽게 할 수 있다"면서 "가격이 낮아 상품의 개당 이익은 낮더라도 판매량이 많아 마진이 높도록 설계하고, 매주 신제품을 딜에 추가해 다시 해당 딜을 찾은 소비자가 지루해하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황 파트장에 따르면 이 같은 설계 방법이 가장 효과를 내는 것이 슈퍼투데이특가다. 먼저, 재고 물량을 사전에 많이 확보하고 파트너사와 협의해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만든다. 판매량이 높은 색상이나 사이즈를 데이터 분석으로 파악한 뒤, 추가적으로 구비해 최대한 매진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또 연관구매가 일어날 수 있는 상품이나 상하의 세트 상품을 구성해 합포(합계 포장)을 유도함으로써 파트너사가 부담하는 택배 총비용이 줄고 소비자는 빠르게 제품을 받아볼 수 있도록 한다.
딜 하나에 많으면 200여개의 상품이 붙는 만큼 상품 구성은 물론 순서도 신경을 써야 한다. 신제품과 특가 제품을 중간중간 넣어 시선을 끄는 식이다. 매출 상위 제품을 위쪽으로 뽑아 일단 시선을 끄는 것도 중요하다. 밤새 딜 순서로 씨름한 다음날 아침, 출근도 하기 전에 4000장 넘게 상품이 팔리면서 놀란 파트너사 대표에게서 모닝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인력이 많이 들고 재고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초반엔 파트너사들도 부담이 있었다"면서 "하루 1억원 매출을 약속하면 처음엔 파트너사 사장님들이 겁을 먹거나 헛웃음을 지었다. 지금은 파트너사끼리 소문이 나서 역으로 먼저 제안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파트너사와의 회의에 앞서 데이터 분석을 만전을 기한다. 최근 들어 빅사이즈 의류와 린넨 제품 판매량이 높다면 빅 사이즈 판매 업체에 린넨 제품을 추천해 슈퍼투데이특가로 판매해보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날씨나 요일 등도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꼼꼼하게 체크한다.
최근에는 더워진 날씨에 냉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롱 사이즈나 빅 사이즈 등 오프라인 매장에서 쉽게 찾기 어려운 제품이 온라인몰에서 특히 잘 팔린다. 수영복 등 일반적으로 계절상품으로 분류됐던 제품군이 온라인몰에선 사계절 내내 꾸준한 판매량을 보이기도 한다.
↑ 위메프 슈퍼투데이특가 페이지 |
황 파트장은 전자제품은 온라인몰에서 구입해도 옷은 가늠이 안 돼 못 산다는 소비자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55, 66 또는 M이나 L 같이 대략적인 사이즈가 아닌 팔 길이, 골반 넓이 등 자신의 실측 사이즈를 측정해봐야 한다"며 "브랜드마다 사이즈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실측 사이즈를 중심으로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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