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사무국과의 갈등과 '재택근무'로 구설에 오른 송영중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상임 부회장의 거취를 놓고 경총 회장단이 송 부회장을 업무에서 즉시 배제하고 경질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단은 송 부회장이 경총의 지향점과 맞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내부 리더십이 부족한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12일 경총 회장단 관계자 등에 따르면 경총 회장단은 이른 시일내에 회장단 회의를 소집하고 송 부회장을 경질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경총 회장단 핵심 관계자는 "(송 부회장이) 정책 방향성에 있어 경총과 맞지 않은 행보를 보였고, 사무국 내분을 스스로 조장한 측면이 있어 (회장단에서) 부회장으로서 자격과 리더십이 없다는 의견이 있었다"면서 "명예롭게 내보내려 했으나 경질하기로 했으며, 당장 업무 배제하고 회장단 회의를 곧 열어 해임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전했다.
손경식 경총 회장은 송 부회장에 대해 "최저임금과 관련해 합리적 판단으로 경총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고 재택근무 논란으로 회장의 지휘와 통제에서 벗어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경총은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를 소집해 송 부회장 해임 절차를 진행하는 한편 후임자 물색에도 나설 전망이다. 손 회장은 "경총은 기업이 나라경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후임은 어려운 기업 상황을 잘 대변하고 자유시장경제를 지키는 인물을 선발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은 지난주 사무실에 출근하지 않은 채 자택에서 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업무지시를 하고, 전자결재를 했다. 이에 대해 일부 회원사들과 사무국 임직원들을 중심으로 송 부회장을 해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무엇보다 회원사들은 송 부회장 취임 이후 경총의 리더십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저임금법 사태가 사무국 내부 직원들과 회원사들의 반발을 고조시킨 기폭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송 부회장은 지난 4월 10일 2년 임기로 공식 취임했다. 선임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있었고 일각에선 노동계 입장에 맞서 경영계를 대변해야 하는 경총 부회장에 적합하지 않은 '친(親)노동계' 인사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송 부회장 취임 이후 사무국 직원들과의 갈등이 지속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경총 내부에서 송 부회장의 리더십 스타일이 내부 직원들과 잘 융합되지 않았다는 얘기는 취임 직후부터 계속 나왔다"고 전했다. 경총 내부에서는 송 부회장이 전임 김영배 부회장 '라인'을 속아내는 리스트까지 작성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에 회장단은 "직원과 소통능력도 부족하고 내부 통합리더십이 부족하다"고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회장은 "스스로 물러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송 부회장은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최저임금 결정, 근로시간 단축 등 현안이 산적한 중차대한 시기에 제가 자리를 비워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며 자진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회장단이 송 부회장을 경질하기로 사실상 의견을 모으면서 사퇴할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이미 업무에서 배제된 송 부회장이 상황을 반전시키는 것은 사실상 역부족이라는 분석이다. 송 부회장이 사퇴하지 않으면 경총은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 등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송 부회장에 대한 해임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총 정관상 상임 부회장 해임에 대한 절차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선임 절차와 동일하게 회장단 회의를 거쳐 의견을 모은 후, 정관상 법적인 효력을 갖는 이사회를 소집해서 해임안을 결의하고 임시총회 안건으로 상정해 의결하는 순서를 밟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경총 회장단
한편 송 부회장은 이날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으로 출근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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