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 오너 일가' 일탈이 사회적 공분을 산 가운데 30일, 양대 과세당국이 고액 자산가와 재계 오너일가의 일탈행위 집중 단속의지를 밝혔다.
국세청은 이날 종로구 수송동 서울지방국세청에서 올해 두 번째 국세행정개혁위원회를 열고 '세금 없는 편법 부(富) 세습'을 뿌리뽑기 위해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에 정밀 검증을 벌이는 한편, 해외 불법 은닉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검찰·관세청과 힘을 합치는 방안을 발표했다.
같은 날 관세청도 관세행정 혁신TF 내 현장점검 특별분과(관세청TF)가 서울본부세관에서 간담회를 통해 그간 한진 오너 일가 관세포탈·밀수 의혹과 관련한 현장점검 결과를 발표하면서 사회 유력 계층을 대상으로 휴대품 검사와 물품 밀반입 감시를 강화하고 이른바 'VIP 의전'은 줄이라는 권고안을 냈다.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는 우선 대기업 총수 일가의 경영권 편법 승계부터 현미경처럼 자세히 검증하기로 했다. 가족관계 자료 수집 범위를 넓혀 일감 몰아주기나 차명재산, 사익 편취 등을 통해 이뤄지는 변칙 상속·증여 혐의를 분석하고 계열사 공익법인에 대한 탈세 검증도 강화한다는 것이다.
고의적 역외탈세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적극적으로 고발한다는 원칙도 발표했다. 외국으로 수익·재산을 빼돌리는 '역외탈세·은닉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정보분석원(FIU) 정보와 국세청·관세청·검찰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가칭)을 통해 조세회피처의 투자내용·외환거래를 감시하고 비정상적 거래에 대한 조사 압박도 강화하기로 했다.
관세청TF도 '한진일가 밀수 의혹 관련 현장 점검결과 권고사항'을 발표하면서 유력계층의 관세포탈·밀수 감시망을 조이기로 했다. 서영복 관세청TF 위원장은 "사회 유력계층에 대한 휴대품 세관 검사를 강화하고 특히 고액 쇼핑 등을 위해 자주 출국하는 사람들은 특별 관리 대상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여행자 휴대품 검사율이 상당히 낮은 통관 체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 체제가 유지되는 한 낮은 검사율을 악용하는 불법 행위 가능성을 피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항공사 의전팀에 대해서는 검사가 끝난 수하물을 대신 운반해주는 식의 과잉 의전을 줄이라는 권고도 있었다. 현장점검 결과 우범 여행자 선별시스템(APIS)을 거쳐 검사가 완료된 기탁수하물을 항공사 의전팀이 VIP고객 대신 운반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이밖에 통로 의혹과 관련해 박수정 관세청TF 위원은 "담배·향수 등 '밀수 통로'로 의심받은 상주직원 통로는 관리 담당인 공항공사에 밀수 단속 의무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 공항공사와 협의 후 CCTV 영상 정보를 세관과 실시간 연계하고 불시점검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초대형화물 통로에 대해서는 이미 중대형 엑스레이·개장 검사가 이뤄지고 있지만 일부에만 CCTV가 설치돼있고 영상 보존 기간이 짧다는 문제 때문에 반입 통로에 CCTV를 추가 설치하고 CCTV 영상 보존 기간도 확대하라는 권고가 나왔다. TF관계자는 "밀수 의혹이 제기됐던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의 명품 드레스 역시 수기 자료 보존 기간(3년)과 CCTV 영상 보존 기간(1개월)이 모두 지나 입증 자료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초대형 화물 검사 관련 전산 등록시스템은 2014년 구축되어 이후부터 전산 관리 중이다.
항공사와 관련 기관 유착 의혹에 대해 조수진 관세청 TF 위원은 "장기적으로는 한국공항공사·항공사 등 유관기관 협의체를 구성해 관세청이 통로를 직접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휴대품 담당 인력 등에 대한 고강도 인적 쇄신을 하고 인사 시스템도 혁신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한진 오너 일가의 관세포탈·밀반입 의혹과 관련한 현장점검 결과도 나왔다. 항공기 부분품으로 총수일가의 물품을 밀반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김영두 관세청 TF 위원은 "보도된 밀수 의혹 물품은 모두 실제 항공기 관련 물품이었고 일부 가구가 있었지만 관련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면서도 "대한항공 명의의 수입신고 물품이 총수일가의 개인 용도로 사용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관세청의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수출입안전관리 우수업체(AEO)로 지정돼있어 검사율이 낮기 때문에 항공기 부분품 검사를 강화해 허위 신고 개연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면서 "대한항공이 기내식 보세공장 등 항공 물류 전 분야의 회사를 계열사로 운영하는 점을 고려해 항공사가 직접 운영하는 보세구역 반입 물품의 운영실태에 대한 불시점검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영복 관세청TF위원장은 적극적인 제보도 요청했다. 서 위원장은 "법률 전문가 자문 결과 이번 수사과정에서 밀수품 특정이나 밀반입경로 확인 등 측면에서 범죄사실을 입증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거라 판단된다"면서도 "한진 일가 밀수의혹에 대해 관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떨어졌음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흔들림 없이 공정하고 신속하게 해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세청행정개혁위원회는 국세행정의 현안에 대해 국세청장에게 자문하는 기구로 이필상 고려대 전 총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신영선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최정표 한국개발연구원(KDI
관세청TF는 관세청 혁신을 위한 외부 자문기구로 작년 10월 출범했다. 서영복 행정개혁시민연합 대표가 위원장을 맡고 학계·연구기관·경제계 인사 등 14명의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손일선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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