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이 주도하던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다국적 제약사까지 뛰어들어 판을 키우고 있다. 신약 개발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먼저 시장에 등장한 바이오시밀러 제품들이 오리지널약의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처방 증가 속도가 외국보다 느리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화학제제 복제약을 동일시하면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평가절하하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23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화이자는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빈혈치료제 에포젠의 바이오시밀러 레타크리트에 대한 판매 승인을 받았다. 오리지널인 에포젠은 암젠이 만든 약으로 연간 13억달러어치를 파는 대형 품목이다. 앞서 베링거인겔하임과 암젠은 각각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와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판매승인을 미국에서 승인받은 바 있다.
화학제제 위주로 사업을 하던 국내 제약사들도 속속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LG화학은 류마티스관절염치료제 엔브렐과 비슷하게 만든 유셉트에 대한 국내 판매허가를 받았고, 종근당은 빈혈치료제 네스프의 바이오시밀러로 개발 중인 CKD-11101를 일본에 수출하기로 하는 계약을 맺었다.
국내외 제약업계가 바이오시밀러 시장에 뛰어든 이유는 수익성에 있다. 오리지널약보다 낮은 가격을 내세워 점유율을 올리는 것이다. 실제 셀트리온은 유럽 시장에서 처음으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내놓은 뒤 4년여만에 오리지널약 시장의 절반 이상을 빼앗았다.
각국의 보건당국도 바이오시밀러 사용을 권장하고 있다. 가격이 비싼 바이오의약품에 대한 의료보험 재정의 지출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발표한 약가 인하 정책에도 바이오시밀러 활성화에 대한 내용이 포함돼 있다.
한국 기업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정작 한국에서 바이오시밀러는 찬밥 신세다.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지난해 한국에서 170억원어치의 램시마를 팔았다. 오리지널인 레미케이드 시장을 3분의1 가량을 잠식한 성적으로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는 양호한 편이지만, 한국보다 1년 늦게 허가받은 유럽에서의 성적과 비교하면 초라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와 브렌시스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600만원과 7억3700만원에 그쳤다.
국내 바이오시밀러 매출이 해외에서처럼 빠르게 늘지 않는 이유는 촘촘한 건강보험 제도에 있다. 오리지널약을 고집해도 환자의 자기부담금이 바이오시밀러를 사용했을 때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고 의료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 규정 위반 논란 과정에서 바이오시밀러 개발의 부가가치가 평가절하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삼성바이오가 회계 부정을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쪽에서 일부가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 성과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의도적으로 과대평가했다고 주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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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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