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쌀 도정과정에서 나오는 쌀겨(미강) 추출물이 수면질 개선 효과를 갖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승목 한국식품연구원 기능성식품연구본부 박사 연구진은 국내 최대 농업 부산물 중 하나인 쌀겨의 수면 증진 효과와 작용기전을 과학적으로 구명하는데 성공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쌀겨 추출물을 쥐에 투여한 결과 깊은 수면을 의미하는 '비렘수면'을 증가시킬 뿐 아니라 잠이 드는데 걸리는 시간인 '입면시간'을 단축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 박사는 "흔히 접할 수 있는 카페인 섭취로 인한 수면 장애도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쌀겨 추출물이 각성에 관여하는 히스타민 수용체를 억제해 수면을 증진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쌀겨에는 다양한 기능성분 및 영양소들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는데 특히 감마·오리자놀을 비롯한 '파이토스테롤' 성분이 수면 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사람 50명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같은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불면증이 있는 성인에게 쌀겨추출물을 매일 1g씩 2주간 먹이자, 수면 효율이 높아진 것이다. 임상시험을 수행한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쌀겨 추출물을 섭취한 그룹에서 수면효율, 입면시간, 총수면시간, 2단계 수면 등의 지표가 대조군에 비해 유의적으로 개선됐다"고 말했다. 이같은 연구결과는 지난해 5월과 7월 국제학술지에 두 편의 논문으로 나뉘어 실렸다.
쌀 도정 과정에서 연간 약 70만 톤의 쌀겨가 부산물로 발생하고 있다. 쌀이 주식임을 감안할 때, 쌀겨는 국내 농업 최대의 부산물 중 하나로 안정적인 원료 확보가 가능한 양질의 식품원료이다. 이 중 약 30% 만이 미강유 제조에 사용되고 있고 나머지 70%는 사료나 비료로 이용되거나 농산폐기물로 처리되고 있다. 이러한 쌀겨의 고부가가치 산업화는 국내 식품
식품연구원은 "이번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조승목 박사는 식품연 최초의 연구소기업을 설립하려 한다"며 "기능성 식품 분야에서 신시장을 발굴하고 과학기술 기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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