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재 사립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A씨는(27·남) 교수의 개인비서 역할까지 하고 있다. 주말에 쉬고 싶지만 교수가 등산을 가자고 하면 새벽부터 교수의 집앞에 차를 대고 기다려야 한다. 연구과제비 일부가 교수의 개인 물품 구입에 사용되는 것도 모른척 넘어가야만 한다. A씨는 "학위 뿐 아니라 향후 취업 자리까지 교수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 될 수 있는 만큼 교수의 위치는 절대적"이라며 "많은 대학 연구실이 이같은 문화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사립대 대학원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하고 있는 B씨(31·여)는 교수로부터 여러번 남녀차별성 발언을 들었지만 모른척해야만 했다. B씨는 "여자는 결혼하면 연구 그만둬야 한다라던가, 여자가 결혼하면 연구에 소홀해진다 등의 말을 들었지만 그냥 웃어 넘겼다"고 말했다. 과제 제안서를 쓰는 것 역시 B씨의 업무였다. B씨는 "외국에서 과제 제안서는 교수가 쓰지만 한국에서는 그렇지 않다"며 "그밖에 많은 행정 업무로 인해 연구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젊은 과학자들의 상당수는 과도한 행정업무와 교수의 갑질로 연구활동이 어렵다고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26일 연구재단에서 '2018 청년과학자 미래포럼'을 개최하고 대학원생과 박사후연구원, 신진연구자 등 2329명의 젊은 과학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지난달 30일 발표했다.
설문조사 결과, 젊은 과학자들의 25.5%에 해당하는 595명은 현재 애로사항으로 행정 업무 과다 등으로 인한 연구 수행 관련 어려움을 가장 많이 지적했다. 한 대학원생은 "연구를 하는지 행정을 하는지 모르겠다"며 "연구실 행정관리 요원이 없는 곳은 대학원생에게 업무가 가중돼 연구할 시간이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등록비·생활비 등 경제적인 문제를 지적한 과학자는 전체의 23.6%를 차지했으며 지도교수와의 어려움이 10.8%로 뒤를 이었다. 진로·고용 불안을 느끼는 과학자는 234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특히 지도교수와의 어려움 중에는 교수의 우월적 지위와 군대와 같은 남성적인 문화를 꼽았다. 부적절한 연구비 처리 요구와 인권 문제 또한 여전히 해결해야 하는 항목으로 지적됐다.
젊은 과학자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곳은 대학이 41%로 1위를 차지했으며 공공연구소와 민간연구소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직장 선택시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개인 꿈의 실현(28%)이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고용안전(23.5%)과 전공관련성(14.6%), 직업의 장래성(14.4%) 순으로 답했다.
젊은 과학자들은 경제·생활환경 개선을 정부에 가장 많이 주문했다. 대학원생의 경우 일반적으로 연구비로 학자금을 조달하면서 생활하지만 월급이 많지 않은 만큼 학자금 대출이 있는 학생의 경우 안정적인 생활이 쉽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자들은 "학생인건비 인상 등 전반적인 경제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며 "낮은 급여 및 수당으로 인한 생활비 부담이 존재하고 생활과 학업병행도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김준회 박사후연구원은 "연구에 집중하고 창업도 하고 싶지만 우리나라 대학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며 "우리 사회가 이제 현장의 목소리를 중시하기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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