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의 지진이 인근에 있었던 지열발전소의 영향 때문이라는 논문이 발표됐다. 포항지진과 지열발전소의 연관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지만 학술논문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지질학회를 비롯해 많은 과학자들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김광희 부산대 지질환경과학과 교수와 이진한 고려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등이 국내 연구진은 27일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을 위한 유체 주입(물 주입)으로 생긴 '유발지진'일 가능성이 크다"는 내용의 논문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이날 사이언스에는 포항 지진의 원인이 지열발전소일 가능성이 있다는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의 논문도 게재됐다.
국내 연구진은 지난해 11월 10일 포항 지열발전소 인근에 지진계를 설치, 임시관측망을 마련했다. 연구진이 지진계를 설치한 지 5일 뒤인 15일,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진(前震)과 본진(本震)의 발생 위치가 물 주입을 위해 만든 시추공의 위치와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2016∼2017년 물 주입이 있을 때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자주 발생한 것과 시추공 완공 전인 2012∼2015년에는 이 지역에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한 차례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김광희 교수는 "이번 연구는 포항지진이 유발지진이라는 사실을 비교적 빨리,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진은 포항지진의 본진과 46회의 여진이 지열발전소 반경 2km 이내에서 일어났으며, 지진을 발생시킨 것으로 추정되는 단층이 시추공의 밑부분을 통과한다는 점을 근거로 지열발전소와 지진의 상관관계를 주장했다. 또한 지진이 3~7km의 얕은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스위스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아직 잠정적인 것"이라며 "한국 정부가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꾸려 포항지진과 물 주입 사이의 관계를 평가하고 있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또한 "포항지진이 인근 지열발전 프로젝트와 연관성이 있다고 보이지만, 마지막 수리자극(물 주입) 뒤 2달 뒤에야 본진이 일어난 것을 설명할 정량적인 모델과 분석법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유체 주입으로 인한 유발 지진은 전 세계적으로도 많이 발생했지만 포항 지진의 경우 땅속에 넣은 유체의 양과 비교해서 너무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해 전문가들 사이에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
대한지질학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논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지질학회는 "지진의 진원 위치가 지열발전 실증시험 과정에서 설치된 지열정의 물 주입 구간의 위치와 가깝다는 사실을 포함하여 논문에서 제시된 몇 가지 내용들로부터 지열발전과 포항지진이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그러나 정량적으로 명확하게 연관성(유발지진)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포항지진의 진원이 지열발전 지열공과 매우 가깝다는 사실 외에도 지진이 발생한 지점에 지진을 유발시킬 만한 충분한 공극압과 임계점에 가까운 지중 응력이 형성되어 있었는가에 대한 증거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리 자극기간에 발생했던 그 이전의 미소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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