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정문 앞에 적막감이 감돌고 있다. 한국GM 본사가 있는 이곳에서는 노사가 막판 임단협 협상을 벌이고 있다. 오는 23일 법정관리 신청 확정을 앞두고 부평공장 직원들과 인근 식당가에서는 "회사부터 살리고 보자"며 노사에 한발씩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인천 = 지홍구 기... |
22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한국지엠 본사가 있는 부평공장 정문은 열려있었지만 이따금 회사 관계 차량이 드나들 뿐 공장안에서 인기척은 찾아볼 수 없었다.
공장 앞 주변도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로 적막감이 감돌기는 마찬가지였다. 한국지엠 부평공장은 지난 2월 지엠측이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내린 이후 담벼락 등에 게시한 현수막이 크게 늘었다.
노동당 민중당 등 정치권과 인천지역연대, 금속노조 다른 기업 노조 등에서 내건 100여개의 한국지엠 노조 투쟁 지지 현수막이 부슬비를 맞으며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부평공장 근처에서 한참을 서성인 끝에 만난 한국지엠 근로자들은 지난 20일 노사가 막판 교섭에 실패한 이후 "뜬눈으로 주말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한국지엠이 법정관리 신청 계획을 23일로 연기해 막판 타결의 여지를 남겼지만 이후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도 평행선을 달리면서 긴장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고 했다.
부평공장에 근무하는 A씨는 "노조는 군산공장 폐쇄 백지화를 최우선으로 다루고 있는데 아마도 우리 회사 직원의 70% 이상은 우선 회사를 살린 뒤 요구해도 늦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법정관리를 가면 이 마저의 기회도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B씨도 회사가 법정관리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기를 기대했다. B씨는 "퇴직금 중간정산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달 대출을 받아 이사를 했다"면서 "노사가 합의하지 못하면 자금이 묶여 여러가지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 밖에 없다"고 개인적 어려움을 토로했다.
갈산역 사거리에서 자전거를 타고 부평공장으로 가는 남편을 배웅하러 나온 가족들은 예민해져 있었다. 딸은 "아직 마음의 정리가 안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자리를 서둘러 피했고, 어머니는 "한국지엠 문제가 잘 해결돼야 지역사회가 안정된다"며 원만히 해결되기를 희망했다.
정문 앞에서 80여일 째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비정규직 해고자들은 "한국지엠 노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했다.
한국지엠은 생산량 감축 등을 이유로 부평공장 협력업체와의 계약을 해지, 올해들어 부평공장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70여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부평공장 정문 앞 천막 안에서 복직 투쟁중인 한 해고자는 "급한 불이 많다 보니 한국지엠 노조도, 정부도 우리 문제를 심각히 다루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한국지엠 노사가 극적 타결을 하든, 법정관리 신청을 하든 해고자 복직을 포함한 총고용 보장을 위해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부평비정규직지회는 "지난 10여년간 1차 협력업체 기준으로 5000명 정도 하던 비정규직이 지금은 1000명으로 줄었다"면서 "정부도 GM에 자금지원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그림자 취급 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문제를 GM이 어떻게 할 것인지 분명히 지적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슬비가 그친 오후, 한국지엠 직원들이 자주 찾는 갈산역 주변 식당가를 살펴봤다. 일요일에도 문을 연 식당은 많았지만 손님은 많지 않았다. 점심 시간에도 2~3 테이블이 고작이었다.
한 보신탕 식당 관계자는 "부평공장이 호황일 때 점심 때면 줄을 선 지엠 직원들이 적지 않았고, 회식도 거의 매일 있다 시피 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2주에 한번 정도 회식이 있을 정도로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토로했다. 그 옆에는 개업한지 보름된 갈비식당이 있었다. 이 식당 주인은 "한국지엠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을 알고 식당을 오픈했지만 이정도 인줄은 몰랐다"면서 "
[인천 = 지홍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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