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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경찰서는 19일 오전 9시20분께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 6층 조 전무의 사무실과 마케팅실에 수사관 6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조 전무의 폭행사건 의혹과 관련해 임직원을 포함한 관계자들에게 본사 차원의 말 맞추기나 회유, 협박이 있었는지 수사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인 조 전무가 광고대행사 직원을 상대로 지나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고대행사와의 회의자리에서 조 전무가 상대 측 광고팀장에게 욕설을 내뱉고 물컵을 던져 회의장에서 쫓아냈다는 주장이었다.
해당 글은 금방 삭제됐지만 논란이 커지자 대한항공 측은 "회의 중 언성이 높아졌고 물이 든 컵을 회의실 바닥으로 던지면서 물이 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직원 얼굴을 향해 뿌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얼굴에 물을 뿌리는 행위는 폭행죄로 분류돼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휴가로 해외에 체류 중이던 조 전무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어리석고 경솔한 제 행동에 대해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라고 사과했지만, 이후 조 전무일 것으로 추정되는 욕설 녹취파일이 대한항공 직원을 통해 추가로 공개되면서 파장이 커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조 전무에 대한 법적처벌과 대한항공의 국적기 자격 박탈 등을 요구하는 청원이 이어지는 등 논란이 확대되자 김진숙 민중당 서울시장 후보는 조 전무를 폭행 등의 혐의로 중앙지검에 고발했으며 사건은 남부지검으로 이송됐다.
또 강서경찰서는 내사 중이던 사건을 정식수사로 전환하고 조 전무를 폭행 혐의 피의자로 입건, 도주 우려를 감안해 조 전무에 대한 출국정지를 법무부에 신청했다. 전일 오후 4시30분께에는 해당 광고대행사를 2시간 동안 압수수색해 회의 녹취파일을 확보했다. 일반적으로 광고대행사는 광고주와 회의에 들어가면 광고주 말을 놓치지 않기 위해 녹음을 한다.
국토교통부 역시 감사에 착수했다.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여 간 조 전무가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한 것과 관련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번 감사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지시한 것으로 이날까지 대한항공과 진에어는 소명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대한항공은 조 전무를 대기발령 처리하고 업무에서 배제했다.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회사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의 3개 노조는 조 전무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으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대한항공이 4년여 만에 또 다시 총수 일가의 행동으로 물의를 빚으면서 '패닉 상태'에 빠졌단 지적이 나온다. 올해 승진자에 대한 인사 발표가 계획돼 있었지만 보류됐고, 대한항공 영국편 목적지 광고도 중단됐다. 조 전무에 대한 입장 역시 변호사를 선임해 대행하고 있다.
조 전무에 이어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언 녹취파일이 공개되는 등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갑질 제보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 이사장을 포함한 한진그룹 총수일가가 수천만원에 달하는 고가의 해외명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무단 반입했다는 제보가 이어지면서 관세청이 관세포탈 의혹과 관련해 사실여부 확인에 나선 상황이다.
현재 한진그룹은 총수인 조 회장을 비롯해 장남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차녀인 조 전무 등 총수일가가 요직을 맡고 있다. 조 전무는 대한항공 전무 직함을 비롯해 대한항공 일반이사, 정석기업 대표이사 부사장, 한진관광 대표이사, 칼호텔네트워크 각자 대표이사, 진에어 부사장 등을 맡고 있으며 언니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과 관련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최
경찰은 조 전무를 소환조사하기 위해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의 심각성이 판단뇌면 대한항공 전반에 대한 수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법무법인 세종으로부터 법률적 조언을 받아 경찰 수사에 대비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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