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로프로세싱 R&D 재검토위, `2020년까지 계속` 권고

원자력발전소에서 타고 남은 찌꺼기인 '사용후 핵연료'를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연구개발(R&D) 사업이 애초 계획대로 2020년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이후 사업 계속 여부는 그때까지의 성과와 전망에 따라 결정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이런 내용을 포함한 보고서를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사업 재검토위원회'로부터 받아 국회에 제출한 데 이어 9일 이를 부처 홈페이지에 공개했다고 밝혔다. 재검토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사업에 대해 평가가 이뤄지는 2020년까지 두 가지 사업을 함께 지속할 것을 권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가지 사업이란 사용후 핵연료에서 반감기가 긴 독성물질의 분리를 가능케 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공정 사업과 분리된 독성물질을 소각하기 위한 '소듐냉각고속로(SFR)' 사업을 가리킨다. 재검토위원회는 또 파이로 공정 연구는 2020년까지 한·미 공동연구를 중심으로 핵심원천 및 요소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SFR 연구는 구체적 기술에 대한 규제기관 인증과 성능 향상에 주력할 것을 권고했다. 이를 위해 올해부터 3년간 R&D 예산을 2018년 국회에서 확정한 수준으로 지속적으로 지원토록 했다. 아울러 안전성 확보 연구에도 중점을 두고 개발된 연구성과를 일반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며 파이로프로세싱과 SFR이나 직접처분(사용후 핵연료를 땅에 파묻는 것) 외에 다른 대안도 다양하게 확보할 것을 권고했다. 재검토위원회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또는 처리 문제는 현재 및 미래 세대가 결코 회피할 수만은 없는 심각하고 중대한 난제이나,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각 집단 및 개인의 이해관계 그리고 각 분야 간 이해관계의 충돌, 이에 따른 양비론, 회피론 그리고 무사안일의 대책으로는 해결할 수 없고 반드시 중장기적인 국가 목표를 수립해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과기정통부는 7명으로 구성된 재검토위원회를 구성하고 올해 1월 말까지 R&D 계속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반대측 패널과 시민단체 반발로 패널간 회의가 무산되면서 사업 계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원전에서 나온 사용후핵연료에서 미처 핵분열을 하지 않은 플루토늄을 꺼내 연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이다. 이때 기존 원전이 아닌 SFR이라 불리는 차세대 원전을 활용해야 한다. 연탄재에서 타지 않은 부분을 골라내 새 연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미국 아이다호 국립연구소가 20여년 전처음 아이디어를 낸 이 기술에 우리나라도 1997년부터 6700여억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경제성마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됐다. 파이로프로세싱을 거치면 이론적으로 방사능은 1000분의 1로, 부피는 20분의 1로 줄어든다. 올해 예산은 국회에서 406억원으로 확정됐다. 국회는 재검토 보고서를 바탕으로 정부와 사업 재개를 협의하게 된다.
[원호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