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제주항공 간담회에서는 같은 질문이 반복되는 이례적인 상황이 연출됐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가 "단일기재·단거리 노선 중심으로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밝히면서다. 기자들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정확한 속내를 파악하기 위해 비슷한 질문을 반복해 주최 측에서 정리에 나설 정도였다.
이 대표이사의 발언이 이렇게 소위 튀어 보이는 이유는 경쟁 저가 항공사(LCC)들이 거금을 들여 기종 다양화와 중·장거리 노선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은 B737맥스를 시작으로 대형기 도입을 적극 검토해 유럽과 북미 노선에 진출할 예정이고, 이스타항공도 기재 다변화를 계획 중이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은 A330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미 중거리 노선에 진출한 진에어는 B777-200ER을 추가로 들여와 장거리 노선 경쟁에 발벗고 나섰다. 이같은 상황에서 LCC 본연의 가치인 가격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발언은 업계 전반적인 추세와 결이 다른 만큼 눈길을 끌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LCC 업계의 뿌리깊은 고민이 자리잡고 있다.
LCC의 중장거리 노선 진출은 효율성 저하라는 근원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단일기재·단거리 노선 위주로 성장한 LCC가 장거리를 뛰려면 막대한 비용과 인력 투입이 추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 핵심인 LCC가 풀 서비스를 내세운 전세계 항공사와 '전면전'을 벌이는 것도 쉽지 않다. 이 대표이사가 "전세계 LCC가 중·장거리 노선에서 성공한 사례를 아직 본 적이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게다가 중·장거리 노선 비행시간은 최소 6시간을 넘기 때문에 단거리 노선처럼 가격만으로 승부를 볼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중·장거리 노선 탑승객은 좀 더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편안한 좌석을 선택하려는 성향이 강하다. 항공대 자료에 따르면 이코노미보다 항공권 가격이 좀 더 비싼 프리미엄 이코노미(PE)를 타겠냐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답한 비율이 단거리(24%)에 비해 중장거리(87%)가 월등히 높다. 이로 인해 LCC들이 최대 수용 인원을 늘리는 것을 포기하고 좌석을 개조해 PE 비중을 높이는 경우도 있다.
중장거리 노선 시장을 두 대형사에만 기댈 수도 없는 상황이다.
할인 마케팅으로 무장한 외항사의 공격으로 2011~2016년 국내 항공시장에서 외항사의 중장거리 시장 점유율은 31.0%에서 38.0%로 7%포인트 뛰었다. 같은 기간, 단거리 노선 점유율은 34%를 유지한 것을 감안하면 외항사의 장거리 노선 비중이 크게 뛴 셈이다. 이용객 수로 환산하면 연간 55만명, 5000억원의 시장을 외항사에 내줬다.
중장거리 노선은 가격과 서비스 모두 차별화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지만 현실은 오히려 LCC들에게 본인의 장점을 희생하면서 중장거리 진출을 요구 당하는 격이다. 현재 LCC들의 중장거리 노선 진출은 단거리 시장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울며 겨자먹기'식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신규 항공사 등 빠른 대처와 대안이 필요하단 요구가 나오지만, 오히려 국토교통부는 과당경쟁을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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