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그룹 회장 |
K뷰티 호황으로 승승장구 하던 그룹은 지난해 3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발 위기를 온 몸으로 맞으며 매출·영업이익이 급감, 경쟁사인 LG생활건강에 3년 만에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같은해 11월에는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의 숙원이었던 서울 용산구 신본사 입주가 '새집증후군' 논란에 시달리며 구설수에 올랐다. 이후에는 실적감소로 인해 매 연초마다 지급했던 성과급을 보류하면서 직원 사기가 떨어진 가운데 지난달 21일에는 아모레퍼시픽그룹의 계열사 간 부당지원 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 내부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악재는 여기서 끊나지 않았다.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자사 브랜드 아리따움과 에뛰드 하우스의 스틱 컨실러와 크림컨실러, 아이브로우 듀오 등 6품목이 '안티몬' 허용기준을 위반해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판매중단 및 회수 조치 명령을 받았다고 20일 밝혔다. 회사는 이에 해당 제품을 자진 회수에 나섰다.
안티몬은 중금속의 일종으로 광물 등에 존재하며 완제품 허용기준은 g당 10㎍이다. 적발된 제품에는 허용 기준치 이상의 안티몬 10.1~10.4㎍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안티몬은 합금과 페인트, 거담제, 반도체 등의 재료로 용도가 다양하지만, 독성이 매우 강한 물질이다. 장기간 중독될 경우 주로 피부염과 비염이 나타나며, 눈 자극과 목통증, 두통, 가슴통증, 호흡곤란, 구토, 설사, 체중감소, 후각장애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도 알려져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해당 품목을 위탁 생산(화장품 ODM)한 화성코스메틱의 제품 중 일부에서 발견됐다"면서 "최종 제조판매업체로서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한 품질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문제로 소비자에게 불편을 끼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발표했다.
↑ 19일 식품의약안전처로부터 중금속 물질 `안티몬` 검출로 제품 판매 중단 및 회수 시정 조치 명령을 받은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 4종(▲풀 커버 스틱 컨실러 1호 라이트베이지·2호 내추럴 베이지 ▲풀 커버 크림 컨실러 1호·2호)과 `에뛰드하우스` 2종 제품(▲AC 클린업 마일드 컨실러 ▲드로잉 아이브라우 듀오 3... |
소비자 반응은 차갑다. 이미 몇 차례 브랜드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2016년 9월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사태다. 아모레퍼시픽이 메디안·송염 치약 13종에서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 검출된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대규모 리콜비용과 소비자와 업계 비난을 감내해야 했다. 이후에도 아리따움 네일 제품 '모디퀵 드라이어' 포장재에서 내분비계 교란물질인 프탈레이트류가 기준치의 56배가 검출되는 등 성분 안정성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30대 여성 A씨는 "여성 친화적 이미지, 깨끗한 이미지를 강조하던 곳에서 중금속이 나왔다는 얘기에 회사 신뢰도가 하락했다"면서 "과거에도 같은 브랜드에서 네일제품과 오일틴트제품에서도 유해물질이 있었는데 이 정도면 다른 제품을 쓰는 것도 겁난다"고 지적했다.
회사 내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연말연초 연이어 들려온 부정적 소식에 직원들의 사내 불안감과 피로감이 팽배하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청한 아모레퍼시픽 임직원 B씨는 "업계 내에서 높은 수준의 복지와 직원 근무 환경 그리고 회사의 인지도로 인해 애사심이 높은 직원들이 유독 많았다"면서 "최근에 연이어 터진 안좋은 이슈로 인해서 사내 긴장감이 나도는 것은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게다가 아직도 신본사의 공기질 문제를 호소하는 일부 직원들이 더러 있어 근무환경의 불편함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악재를 털고 올해 해외 신규 시장을 개철하며 2·4분기 실적 개선
이에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제품 품질 문제로 실망을 안겨드린 점에 대해 소비자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이와 같은 문제가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디지털뉴스국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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