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오후 8시. 백화점 폐점을 앞둔 시간에도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에 긴 줄이 늘어섰다. 대만의 인기관광지 스펀에서 판매하는 '류형볶음밥'을 맛보려는 사람들이다. 일명 '닭날개 볶음밥'으로 알려진 이 음식은 대만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음식으로 꼽으면서 백화점에까지 상륙했다. 백화점 측은 "당초 16일까지만 판매예정이었으나, 고객 반응이 좋아 판매기간을 한달 연장했다"고 말했다.
#최근 롯데백화점 잠실점을 찾은 김연경 씨(34)는 식품관에서 익숙한 '중국냄새'를 맡았다. 발길을 멈춘 곳은 '피슈 마라홍탕'의 팝업스토어. 중국 유학시절 자주 먹었던 쓰촨지역의 마라탕을 즉석에서 끓여 판매하는 매장이다. 김 씨는 "뜨거운 육수에 고기를 데쳐먹는 훠궈는 서울에서도 종종 맛볼 수 있었지만, 마라탕을 백화점에서 보다니 신기했다"고 말했다.
마라탕은 산초 나무 열매와 건고추를 섞어 만든 '마라'라는 향신료와 채소·육류 등 각종 재료를 육수에 넣고 함께 끓여내는 음식이다. 특유의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린다. 하지만 '본토의 맛'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았다. 롯데백화점이 3월1일부터 2주간 판매한 마라홍탕은 매일 300그릇 이상 팔렸다.
저가 항공사를 이용해 아시아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외식 '입맛'이 바뀌고 있다. 한식·중식·일식·양식으로 나뉘던 식당 메뉴에 태국과 인도,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메뉴가 더해졌다.
서울시에 따르면 '인도, 태국 등 외국음식전문점'으로 분류되는 일반음식점은 1990년~2012년까지는 매년 2~4곳씩 문을 열었지만, 2015년부터는 공급이 급증했다. 2015년에 60곳, 2016년 136곳, 2017년에는 319곳의 동남아 음식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매년 6000~7000곳의 일반음식점이 신규 허가를 받는 만큼 비중이 높다고 할 수는 없지만, 최근 기타음식점으로 분류되는 외국음식전문점이 예전보다 늘어나는 추세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동남아 음식 중에서도 가장 대중화된 음식은 베트남 쌀국수다. 고기 육수에 부드러운 쌀면을 더하는 쌀국수는 한국에 소개된지 오래됐다. 최근에는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 현지업체와 손잡고 '현지에서 먹는 맛'을 재현하는 제품들이 인기를 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2016년 3월 '태국보다 더 맛있는 태국 음식 전문점'으로 유명한 '콘타이'를 영등포점, 경기점, 하남점, 센텀시티몰, 대구점에 입점시켰다. 콘타이는 서울 용산구로 이전한 아모레퍼시픽 사옥 식당가에도 입점한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리지널 베트남 쌀국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라는 모토로 지난 해 9월 경기점에 '르 사이공'을 오픈했다.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 '리틀 사이공'도 본점에 열었다. 지난해 5월 롯데백화점 잠실점에 연 베트남 생면 쌀국수 매장 '에머이'도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와 채소, 쌀면을 새콤달콤한 '느억맘'소스에 비벼먹는 분짜로 유명하다.
양현모 롯데백화점 식품부문 바이어는 "과거에는 집객을 위한 대중적인 맛집을 경쟁적으로 유치했지만, 최근에는 생소하더라도 새로운 맛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며 "특히 해외 여행에서 느꼈던 맛을 재현한 맛집 수요가 크게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에서도 본토에 가까운 맛을 내는 자체 기획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GS25에서는 지난 1일 출시한 베트남 쌀국수 '포띠뽀'가 열흘만에 20만개 팔려나갔다. 베트남 식품 대기업 '비폰'이 만든 용기면 쌀국수 제품으로, 현지 인스턴트 쌀국수 시장에서도 가장 점유율이 높은 상품이다. GS25는 이 제품이 '베트남에서 꼭 먹어봐야 할 제품'으로 인기를 얻자 비폰과 20만개를 한정적으로 수입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의외로 인기를 얻어 현재 60만개를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추가 물량은 4월부터 순차적으로 입고된다.
이마트에서도 베트남 쌀국수 매출이 올들어 지난 15일까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17%
[이유진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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