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성추행 문제에 대해선 굉장히 처벌 수위가 높아요. 가해자는 실명이 공개돼 자연스럽게 옷을 벗는 분위기이고요.."(00백화점 관계자)
"회식을 해도 저녁 9시 전에 끝내야 합니다. 사내 성희롱 등의 문제를 알게 되면 곧장 신고하는 것이 의무화 됐어요."(00 마트 관계자)
전 산업군으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됨에 따라 유통·패션업계도 사내 성희롱·성추행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자구책 마련에 여념이 없다.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업종 특성상 성희롱·성추행 문제는 기업의 이미지를 단숨에 후퇴시키는 것은 물론 소비자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 많은 여직원수…술자리 있는 회식은 애당초 피해
이미 2~3년 전부터 가급적 여성 동료들과 함께 해야 하는 회식 자리를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 유통·패션업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불필요한 회식을 자제하도록 하는 한편, 불가피하게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면 저녁 9시 이후 임직원들 간 술자리를 아예 금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일석이조' 캠페인이라고 해 '일차에서 섞지 말고, 이차에서는 조기 귀가'하자는 구호를 공유하며 술자리 회식을 지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랜드는 회사 차원에서 부서별 저녁 회식을 하지 못하게 했고 CJ그룹은 계열사별로 '문화 회식'을 권유해 술자리 대신 영화나 연극 등을 관람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업종별로 살펴봤을 때 여성 직원의 비율은 도매·소매업에서 57.7%로 가장 높다. 2012년과 비교해 지난해 여직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기업으로는 ▲이마트(8871명) ▲GS리테일(3887명) ▲효성ITX(2236명) ▲신세계푸드(2162명) ▲롯데쇼핑(1675명) 순으로 유통업체가 상위를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여성 직원 비율이 타업종에 비해 높고, 또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다보니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쉽게 불거질 수 있는 회식 자리를 자연스럽게 지양하는 것.
최근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부정청탁방지법)이 시행되고, 근로시간 단축 움직임마저 보이면서 술자리를 하는 회식 자리는 더욱 줄어들고 있다는 게 유통·패션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 성희롱 예방 교육부터 익명 보장 신고까지 제도 운영
직장 내 성희롱·성추행 예방을 위한 노력에는 전사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뤄지는 교육을 빼놓을 수 없다.
이마트와 삼성물산, 롯데홈쇼핑 등은 법적 의무 교육 기준(연 1회)보다 많은 연 2차례 성희롱·성추행 예방 교육을 실시해 직원들에게 관련 내용을 상기시키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성희롱 예방교육을 이러닝으로 제작해 운영 중이다. 해당 이러닝 영상은 본사에 설치된 모니터에 상시 상영돼 성희롱 예방의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특히 해당 교육 과정은 홈플러스 매장과 본사를 배경으로 한 웹툰 형식으로 제작돼 학습하는 직원들에게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며 학습효과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경영주 대상으로 정기 교육시 성희롱·성추행 관련 교육을 함께 실시한다. 매주 경영주에게 전달하는 주간 안내에 프로모션이나 제품 가격뿐 아니라 성희롱·성추행 관련 내용도 함께 공지해 주의를 기울이도록 한다.
성희롱·성추행 신고를 위한 제도는 비교적 잘 마련돼 있다.
CJ그룹은 그룹 차원의 신문고 역할을 하는 'CJ휘슬'을 운영한다. 그룹이 직접 관리하는 만큼 인사·감사팀 등 여러 조직이 통합적으로 관리해 빠르게 관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기업문화담당, 점포별 인사 담당자를 중심으로 24시간 운영되는 핫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이며, 롯데백화점은 아예 성희롱·성추행 여성 피해자들이 접근하기 쉬운 여성 상담원을 배치, 여성 전용회선 '핫라인'을 운영하고 있다.
익명제보시스템 '레드휘슬'을 운영 중인 GS샵의 경우 시스템에 내용을 접수하면 실시간으로 GS샵 경영진단팀에 해당 내용이 전달되고, 경영진단팀 담당자는 조사 후 결과를 시스템에 등록하도록 제도화했다.
GS샵 관계자는 "외부 업체에 위탁 운영하기 때문에 익명 서버기술, IP 추적 방지기술 등이 적용돼 신고자의 익명성과 보안이 철저하게 보장된다"고 말했다.
◆ 가해자에 대한 실명 공개 대부분 안 이뤄져…처벌 실효성 논란도
유통·패션업계에서는 성희롱·성추행 사례나 가해자에 대한 처벌 결과 등을 사내 게시판을 통해 대부분 공유하고 있다. 특히 업종은 다르지만 삼성전자의 '성희롱 제로 톨러런스(Zero Tolereance)' 선언이나 SK이노베이션의 '원스트라이크 아웃, 노 머시(One Strike Out, No Mercy)' 제도 등의 영향을 받아 유통·패션업계에서도 성희롱·성추행에 대한 무관용·무자비 원칙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신세계백화점은 사내 징계기준 상 시각적·언어적 성희롱 및 성추행의 경우 견책 또는 정직 사유에 해당되며, 신체적 추행 및 폭력시에는 감봉 또는 해직의 사유에 해당된다. 성희롱·성추행이 발생하면 해당 사례와 처벌 결과를 '반면교사' 삼고자 사내 게피판에 게재, 모든 직원들이 볼 수 있게 한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성희롱, 성추행 피해 사실이 확인되면 사내 징계 수위는 총 7단계로 나눠 이뤄진다. 해당 직원에게 경고장 발송부터 최대 해직까지 적용이 된다.
편의점 업계의 경우 가맹사업법상 경영주가 성희롱과 성추행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본사에서 가맹 계약을 해지할 수도 있다.
사내 성희롱·성추행 신고가 들어가면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데에도 주력한다. 또 다른 2차, 3차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CJ그룹이나 이마트 등에서 제도적으로 잘 이뤄지는 부분이다.
대부분의 유통·패션업체에서는 사내 게시판 등에 직원들 간 성희롱·성추행 사실과 처벌 결과 등을 공유할 때 가해자에 대한 실명공개는 하고 있지 않고 있다.처벌 실효성 논란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기업들은 성희롱·성추행 가해자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가해자의 개인정보보호 및 피해자에 대한 또 다른 피해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해 황현숙 서울여성노동자회 부회장은 "사내 게시판에 (성희롱·성추행) 가해자의 실명을 비롯한 사례와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 배윤경 기자 / 김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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