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업계의 후방산업 내재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예전에는 양극재를 비롯한 중간소재를 외부에서 조달하는 비중이 높았지만, 최근 광물부터 직접 챙기려고 나서는 것이다.
22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오는 2020년부터 최대 13년동안 호주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AM)'로부터 매년 황산코발트 1만2000t, 황산니켈 6만t을 공급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코발트와 니켈은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전지 양극재의 핵심소재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계약으로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코발트와 니켈의 90% 가량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배터리 분야의 선발주자인 LG화학과 삼성SDI도 광물 확보부터 양극재 제조까지 상대적으로 덜 집중했던 분야의 내재화율을 높이고 있다.
LG화학은 올해 중순부터 황산니켈 공급선을 하나 더 추가한다. 지난해 11월 지분 10%를 확보한 켐코가 다음달 황산니켈 생산공장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어서다. 켐코는 비철금속 제련 사업에서 노하우를 축적해온 고려아연의 자회사로 수년 내 황산니켈 생산 능력을 연간 8만t 수준까지 늘릴 계획이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016년 9월 GS이엠으로부터 양극재 전구체 제조 사업을 인수하기도 했다. LG화학은 현재 25%인 양극재 내재화율을 오는 2020~2021년 5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SDI도 칠레의 리튬광산 개발 사업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에 참여한 바 있으며, 최근에는 울산 공장의 양극재 라인 증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터리 제조업체들이 이전까지 주로 외부에서 해결하던 광물·부품 공급에 직접 나선 이유는 수급이 불안정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리튬이온배터리 제조업체들은 양극재의 상당량을 한국의 에코프로·엘앤에프, 벨기에의 유미코아, 일본의 니찌아 등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향후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금지하겠다는 발표가 잇따르면서 전기차 산업이 확대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는 지난 2016년 98.5기가와트시(GWh)이던 글로벌 리튬이온배터리 시장 규모가 오는 2020년에는 544.2GWh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전기차에 들어가는 리튬이온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광물 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 자원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기준 니켈 가격은 t당 1만359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6.9% 상승했다. 코발트 가격은 같은 기간 66.7% 오른 t당 8만달러다. 지난 16일에는 8만2000달러까지
배터리 업계는 소재·부품 내재화율을 올리는 한편 광물 가격 상승을 배터리 완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수주한 물량은 모두 광물 가격과 연동되도록 계약을 맺었고, 그 전에 수주한 물량도 계약을 바꾸기 위해 협의 중이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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