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A씨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 소리에 민감하다. 길을 걷다가 자동차 경적소리에 깜짝 놀라는 것은 흔한 일상이다. 음악소리가 큰 음식점이나 술집에서는 오래 앉아 있을 수도 없으며, 친구들과 함께 클럽가는 일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
A씨처럼 청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서 상대적으로 소리에 과민한 증상이 있는 경우에는 이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전문가와의 상담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을지대 을지병원 이비인후과 심현준 교수는 청력의 이상없이 발생하는 이명의 원인에 대해 연구한 결과, 귀에서 뇌까지 청각신호 전달과정 중 소리 크기 조절 역할과 이명의 연관성이 있다고 19일 밝혔다.
심 교수는 정상청력을 가진 일측성 이명환자 43명과 정상대조군 18명을 대상으로 뇌간유발반응과 소리에 대한 불쾌역치(소리를 들었을 때 불편하다고 느끼는 소리의 최소자극 크기)를 비교한 결과, 한쪽 귀에서만 이명을 느끼는 환자는 이명이 있는 귀 뿐만 아니라 이명이 없는 귀도 정상대조군에 비해 불쾌역치가 낮아 소리 크기를 조절하는 중추청각신경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연구됐다.
500Hz 소리에 대해 불쾌역치를 비교했을 때 이명환자는 양쪽 귀 모두 평균 109dB에서 불편함을 표시했다. 이들은 평균 115dB에서 불편함을 표시한 정상대조군에 비해 낮은 소리에도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다. 3000Hz의 소리에서 마찬가지로 이명환자의 양쪽 귀는 정상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불쾌역치 값을 보였다.
지나치게 큰소리는 청각기관 중 중추청각신경에서 소리크기를 적절히 조절하는데, 일측성 이명환자의 양쪽 귀 모두에 불쾌역치가 낮게 나타난 것은 한쪽의 이명이 양쪽 중추청각신경에 영향을 미쳐 방어기전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소리가 과하게 증폭된 것으로 추측된다.
이처럼 불쾌역치가 낮은 사람은 큰소리를 잘 견디지 못하는 '청각과민' 증상을 느끼고, 일상생활에서 약간의 큰소리에도 불편함과 청각피로를 겪을 수 있다.
심 교수는 "연구결과 중추청각 신경에서 소리의 크기를 적절히 조절하지 못하면 외부에서의 소리가 없어도 소리를 느끼는 이명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러한 메커니즘이 비교적 젊은 나이에 발생하는 정상 청력에서의 이명을 설명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심 교수는 또한"청력이 정상이더라도 청각과민 증상이 있거나 청력검사에서 불쾌역치가 낮을 경우에는 청각기관에 문제가 있다는 암시이기 때문에 큰소리 노출 등 이명 발생 요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 학술지 'PLOS ONE' 12월호에 게재됐으며, 세계적 이과학 전문의 연구모임 '폴리저 소사이어티(Politzer Society)'에서 2월에 발
한편 이명은 외부로부터의 청각적인 자극이 없지만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상태로, 난청을 동반한 대부분의 이명은 달팽이관의 손상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소음, 중이염, 두경부 외상, 약물, 청신경 종양 등이 이명의 발생요인으로 추정된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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