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이 주도하던 국내 면역항암제 개발 분야에 매출 규모로 상위권인 제약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
면역항암제는 사람이 원래 갖고 있는 면역기능을 강화해 암세포를 잡는 기전(약이 몸 속에서 작용하는 과정)의 약을 말한다. 정상 세포까지 파괴해 부작용을 일으키는 1세대 화학항암제, 암세포만 공격하지만 내성 발현 가능성이 높은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항암제다.
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현재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서 가시적 성과를 만들어낸 국내 대형 제약사는 GC(녹십자)그룹, JW그룹, 유한양행 등이다. 동아에스티도 국내외 제약사와 손잡고 면역항암 분야의 연구·개발(R&D)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유한양행은 최근 미국 소렌토사와 합작한 조인트벤처 이뮨몬시아가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면역관문억제제 임상 1상을 승인받았다고 밝혔다. 임상 1상을 승인받은 약은 암세포에 있는 수용체 PD-L1을 억제해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PD-1과 결합해 면역세포를 무력화하는 것을 막는다. 국내 제약사가 PD-L1억제제에 대한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면역관문억제제는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전으로 PD-1억제제인 BMS·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 MSD의 키트루다가 선두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로슈가 PD-L1억제제인 티쎈트릭을 출시해 면역관문억제제 시장에 뛰어들었고, 아스트라제네카도 임핀지의 한국 출시를 추진 중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상대적으로 세포치료제 개발에 집중해왔다. 세포치료제는 암세포에 대한 면역세포의 공격력을 강화하는 방식의 약이다. 환자로부터 면역세포를 추출해 체외에서 이를 강화한 뒤 다시 환자 몸 속에 넣는 치료과정을 거쳐야 한다. 완제품을 투약하는 면역관문억제제보다 치료과정이 상대적으로 복잡하다.
국내 면역세포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는 GC그룹이다. GC녹십자셀은 간암을 적응증으로 한 이뮨셀-LC를 판매하고 있으며, T세포를 추출한 뒤 유전자를 조작해 환자에게 주입하는 CAR-T도 개발에도 나설 예정이다. 또 GC녹십자랩셀은 학습과정 없이 암세포를 공격하는 자연살해(NK)세포를 활용한 면역항암제에 대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JW크레아젠은 면역세포에게 암세포를 공격하라고 요청하는 수지상세포를 강화하는 면역세포치료제들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 간암에 대해서는 임상 3상을, 교모세포종에 대해서는 임상 2상이 이뤄지고 있다.
동아에스티는 아스트라제네카, 국내 바이오벤처인 ABL바이오 등과 새로운 면역항암제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는 지난달 열린 JP모건헬스케어컨퍼런스에서 만나 3가지 면역항암 목표에 대한 선도·후보물질 도출에 힘을 합하기로 했다. ABL바이오로부터는 면역세포와 암세포에 동시에 작용하는 이중항체기술을 확보했다.
이전까지 한국 업체의 면역항암제 개발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벤처·중견업체들이 주도해왔다. 이미 면역항암제를 팔고 있는 GC녹십자셀도 벤처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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