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기업이 중소기업에게 기술 비밀자료를 요구할 때는 반드시 비밀유지협약서를 체결해야만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기술보호 관련 법률에 모두 도입되고 중소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는 대기업은 '징벌적 손해배상'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물어야 한다. 또 지금까지는 기술 침해를 당한 중소기업이 피해 사실을 직접 입증해야했지만, 앞으로는 대기업이 어떤 기술을 사용해서 제품을 제작했는지 상세히 설명해야만 기술탈취 혐의에서 벗어나는 등 가해 기업의 입증책임 의무가 강화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2일 더불어민주당과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이 같은 내용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당정 협의에는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의장,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인호 산업통산자원부 차관, 지철호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성윤모 특허청장 등이 참석했다.
정부는 대기업이 구두나 전화, 메일 등을 통해 비밀자료를 요구하고 비밀유지협약서로 체결해주지 않은 관행을 우선적으로 뿌리 뽑기로 했다.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기술 비밀자료를 거래할 시에는 비밀유지협약서(NDA)를 의무적으로 체결하고 위반했을 때 벌칙을 부과하기로 했다. 또 하도급거래에서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를 최소화하고, 요구서면 기재사항에 반환·폐기 일자를 반드시 명시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기술임치제도 활성화를 위해 창업·벤처기업의 임치수수료를 일반 기업의 3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낮추고, 기술임치제도가 포함돼 있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기존 13개 업종에서 21개 업종으로 확대한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은 "이번 정책의 핵심은 △기업간 기술자료 요구금지 원칙 재정립, 입증책임 전환 및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 △검·경, 공정위, 특허청 등 행정부처의 조사·수사 권한을 최대한 활용 △기술탈취 예방과 사후구체를 위한 법적·물적 지원 강화 △기술보호를 위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과 대중소기업간 상생노력 등 4가지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의 거래 요청의향서, 녹음파일, 이메일 등 기술협상 전반에 걸친 거래 자료, 대기업 담당자의 근무부서와 이름, 중소기업이 자료 요청을 받았을 때 부당하다고 느낀 정황 등을 담은 자료를 보관하기 위해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 시스템'도 구축·도입된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사업화되지 않았지만 대기업이 이 기술을 다른 곳에 무단으로 사용해도 추후 분쟁 발생 시 중소기업이 자발적으로 준 것처럼 해석돼 왔던 피해 등을 막기 위해서다.
정부는 가해혐의 대기업에 입증책임을 부여하는 제도를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상생협력법', '산업기술보호법'에 도입하기로 했다. 즉 침해혐의를 받고 있는 기업이 피해당한 기업의 기술과 무관함을 직접 해명해야만 한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도 강화된다. '하도급법', '상생협력법', '특허법', '부정경쟁방지법', '산업기술보호법' 등 기술탈취 관련 5개 법률의 손해배상액을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높이기로 했다.
박성준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대부분 침해기업이 기술탈취 사건의 증거자료를 갖고 있기 때문에 피해 기업은 입증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어 왔으면서 스타트업이나 영세 기업들은 기술침해 소송을 진행해도 최종 판결 전에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기술침해 관련 손해액 산정 시 가해 기업이 영업기밀 등이라며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 피해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손해액을 산정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 대한 행정적·법률적·물적 지원도 강화한다. 기술탈취 사건이 발생하면 검·경 등 수사기관과 중기부, 공정위, 특허청 등 관련부처가 협력해 피해사건을 빠르게 해결하기로 했다. 특히 특허청은 특별사법경찰 직무범위를 현행 상표침해에서 영업비밀 침해와 디자인 도용 수사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홍종학 중기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도 올해 신설해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 문제 해결을 위한 컨트롤타워를 중기부에 맡기기로 했다. 다만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 설치 전까지 한시적으로 중기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특허청, 경찰청, 대검찰청 등 6개 부처가 참여하는 '중소기업 기술탈취 근절 태스크포스(TF)'를 마련해 범부처 차원에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탈취를 막기로 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핵심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일대일로 법률 자문서비스를 매칭해주는 '공익법무단'도 운영하기로 했다. 또 특허심판에는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고, 국선대리인이 수행하는 사건에 대해 심판 수수료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한편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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