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삼킨 '호반건설' 남은 과제는? "노조 반발·승자의 저주 우려"
대우건설 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호반건설은 31일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이날 산업은행 발표에 대해 "기업 인수합병(M&A)에 항상 진정성을 갖고 임해왔다"면서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것은 호반건설로는 매우 크고 의미있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우선협상자 선정은 최종 확정이 아니라 최종 인수를 위한 배타적 협상을 시작하는 것이기에 남은 절차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호반건설은 다음 달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대우건설에 대한 확인실사, 가격 조정을 위한 최종 협상 등의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확인 실사와 가격조정 협상이 각각 1~2달가량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이르면 4월께 최종 인수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향후 경영 방침과 양사의 시너지 효과 등에 대한 질문에는 "이번 딜이 성공한다면 앞으로 대우건설의 뛰어난 기술력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호반의 풍부한 자금력과 신속한 의사결정의 기업문화를 접목하려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대우건설이 향후 글로벌 건설시장에서 대표 기업으로 새롭게 도약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우선협상자 선정으로 대우건설 M&A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호반건설의 자금력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매입할 자금력이 충분한지에 대해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과거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그랬듯, '승자의 저주'가 되풀이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입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6조6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인 금액에 대우건설을 사들였다가 2010년 산은에 대우건설 지분 50.75%를 매각한 바 있습니다.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40% 지분에 해당하는 1조3천억원 가운데 약 절반 가량을 시중은행을 통한 인수금융 형태로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직이나 회사 외형 등 모든 면에서 덩치가 큰 대우건설을 인수함에 따라 조직 운영이나 직원들간 융합에 실패할 경우 사업에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건실한 호반건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 호반건설은 현금성 자산 비율이 높고 우량한 재무구조를 보유하고 있다며, 일단 자금조달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자신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호반건설계열(호반건설주택, 호반건설산업, 호반베르디움 등)이 외형과 내실에서 대우건설을 앞서거나 근접했다는 평가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호반건설 추정 매출액은 6조원, 추정 영업이익은 1조3천억원으로 대우건설의 매출 11조원, 영업이익 7천억원과 비교할 때 수익성 면에서 대우건설보다 앞서고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2017년 말 총자산 규모는 호반건설계열이 전체 약 8조원으로 예상되고 있고, 작년 말 기준 누적 자기자본도 5조3천억원으로 대우건설(약 2조5천억원)의 2배를 넘는다는 것입니다.
호반건설은 특히 현금성 자산 비율이 높아 이번 입찰에서도 금융기관의 차입보증서 없이 계열법인의 자금 증빙만으로도 1조5천억원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금성 자산도 계속 증가하고 있어 2018년 말 2조3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호반건설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이 충분하지만 다른 사업 추진을 위해 인수금액 전체를 유동자금으로 쏟아붓진 않을 것"이라며 "인수대금 조달도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칫 인수금융 조달 과정에서 파트너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거나 금융 조달에 실패할 경우 호반건설이 타격을 입을 우려도 남아 있습니다.
향후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확정되더라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적지 않을 전망입니다.
우선 호반건설이 주택산업 위주였던 만큼 토목, 플랜트, 해외사업 등도 갖고 있어 상대적으로 몸집이 큰 대우건설을 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키워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일각에선 주택 전문업체가 대형 종합건설사를 경영하는데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우려도
반발하는 대우건설 노조와 동요하고 있는 대우건설 내부 직원들을 결속시키기고, 이질적인 조직문화를 융화하는 것도 호반건설의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수를 통해 두 회사가 시너지를 내게 하는 것이 호반건설 입장에선 가장 중요한 숙제"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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