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우리 국고채를 많이 사들일 수록 가격 변동성이 높아지고 시중 유동성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997년 한국 외환위기 이후 채권시장 개방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라 해외자금이 국내로 들어오면서 시장이 외국인 거래에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며칠 새 채권시장에서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연 2.304%로 2014년 9월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10년 물 등이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는 식의 급등세를 보인 바 있다.
이지은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31일 '투자자별 보유지분과 국고채 시장의 유동성' 연구 보고서를 통해 외국인 장외 투자지분이 증가할 수록 국고채 시장에서는 가격 충격이 확대되고 거래활성화 정도는 떨어진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금융 위기 시 충격에 따른 파급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
이지은 부연구위원은 "외국인은 글로벌네크워크에 따른 정보력과 투자 경험 측면에서 국내 투자자보다 정보상 우위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새 정보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가격 충격이 확대되고 유동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투자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지는 않지만 정보상 우위가 있는 외국인의 움직임이 주목받다보니 채권금리가 이들의 거래 방향에 따라 움직이기도 한다.
다만 이 부연구위원은 "외국인 지분이 늘어난다고 금융위기가 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유동성이 낮은 상황에서 위기가 발생하면 채권 거래가 잘 되지 않아 가격이 급락하는 파이어세일(Firesale)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고 이로 인한 파급효과가 위기를 키울 수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지분 증가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유동성이 낮아지면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변화가 국고채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통화정책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유동성이란 기업이나 금융기관 등 경제주체가 가지고 있는 금융·실물자산을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장외투자를 기준으로 2007년 초 1.69%정도이던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지분은 2016년 말 10.5%로 늘어났다. 1998년 이후 꾸준히 이뤄진 외국인 투자 규제 완화(투자한도 폐지·투자 신고부담 완화·채권 이자소득과 양도차익 비과세 등)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 중앙은행의 완화적 통화정책에 따른 유동성 증가, 선진국에 비해 우리 금리가 높다는 세 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이 부연구위원은 "특히 해외 중앙은행의 양적 완화에 따라 외국인 자금이 많이 들어온 영향이 크다"며 "외국인 보유지분 증가에 따른 시중 유동성 감소는 글로벌 금융위기시인 2007∼2009년보다는 오히려 금융위기 이후인 2010∼2016년에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이밖에 외국 중앙은행과 국부펀드가 자산부채관리(ALM) 차원에서 국고채 10년~50년 짜리 장기물을 보유한 것도 외국인 지분을 높인 배경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국고채 시장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 부연구위원은 "국내·외 투자자 간 정보 비대칭성이 국고채 시장 유동성에 미치는 영향이 다를 수 있어 장외 거래 투명성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채권투자자의 영향력에 대해 이 부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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