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이그로봇이 걸어가는 모습 |
김호영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공기 중 수분을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소프트로봇 '하이그로봇(Hygrobot)'을 개발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로보틱스' 24일자(현지시간)에 게재됐다.
몸길이가 수 cm 이하의 마이크로로봇을 개발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은 에너지원이었다. 작은 곤충 로봇을 만들고 싶어도 배터리를 연결해야 했기 때문에 자유로운 움직임에 제한이 있었다. 연구진은 수분 조절만으로 움직이는 로봇을 개발했다. 김 교수는 "야생밀과 제라늄의 씨앗은 건조한 땅에서 살아남기 위해 특수한 꼬리를 움직여 스스로 땅을 파고들어간다"며 "씨앗의 운동 원리를 적용하기 위해 공기 중의 습도를 최대한 빨리 빨아들이고 많이 휘어지는 구조를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씨앗의 꼬리는 수분과 닿아 부풀어 오르는 층과 부풀어 오르지 않는 층을 덧댄 구조를 갖고 있다. 주위 습도가 높으면 한쪽으로 휘어지고, 습도가 낮으면 반대쪽으로 휘어진다. 셀룰로스, 펙틴과 같은 식물성 고분자가 수분을 머금으면 팽창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씨앗 꼬리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층을 확대 관찰해 얇은 가닥들이 한 방향으로 배열해 있는 구조로 이뤄져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착안해 나노섬유를 한 방향으로 차곡차곡 쌓는 제조방식을 개발해 습도에 빨리 반응하면서 많이 휘어지는 획기적인 로봇 구동기를 제작했다. 김 교수는 "제작된 구동기에 한쪽 방향으로만 갈 수 있도록 특수하게 고안된 다리를 달아서 바닥 위에서 고속으로 이동하는 로봇을 완성했다"며 "습한 표면에 올려놓기만 해도 증발로 인한 공기 중의 습도 차이를 통해 로봇이 끊임없이 전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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