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조선업계가 친환경 선박인 액화천연가스(LNG)추진선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지만 핵심 기자재 원천 기술의 대부분을 외국 회사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NG추진선은 오는 2020년부터 선박 배출가스의 황산화물(SOx) 함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추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 규제 강화의 대응 방안 중 하나로 꼽힌다. 벙커C유를 태워 추진동력을 얻는 선박보다 배출가스에 포함된 황산화물, 질소산화물(NOx)이 적어서다.
18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은 최근 LNG추진선과 관련한 기술설명회·시연회를 각각 개최하고, 회사의 기술력을 내세웠다. 향후 LNG추진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시장을 선점하려는 것이다.
국제조선해양기자재박람회(SMM)는 글로벌 선주사의 44%가 신규 발주시 LNG추진선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해사산업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글로벌컨테이너 선사인 프랑스 CMA-CGM은 LNG추진 엔진을 적용한 초대형컨테이너선 9척을 지난 8월 발주한 바 있다. 국내 선사 중에서는 폴라리스쉬핑이 향후 추진 연료를 LNG로 바꿀 수 있도록 디자인된 초대형광석운반선(VLOC) 건조를 현대중공업에 맡겼다.
조선업계는 LNG추진선 발주가 많아지면 상당량을 국내 업체들이 수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비슷한 기술이 많이 적용되는 LNG운반선을 만들었던 경험이 쌓여 있어서다.
LNG는 끓는점이 -192도로 LNG운반선의 화물창은 보온 성능이 우수하고, 운항 과정에서 선박이 출렁거려도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이 같은 기술은 LNG추진선의 연료탱크에도 필요하다. 또 운반 과정에서 자연기화되는 LNG를 태워 추진동력을 내는 LNG운반선의 엔진 기술도 LNG추진선에 적용할 수 있다.
대우조선은 지난 15일 개최한 시연회에서 자체 개발한 화물창 기술인 솔리더스와 맥티브를 선주들에게 선보였다.
솔리더스는 대우조선이 독일 바스프사와 공동 개발한 화물창이다. 이전까지 자연기화율을 낮추는 한계는 0.07%로 받아들여졌지만, 솔리더스는 이를 0.049%로 낮출 수 있다고 회사 측은 강조했다. 이어 맥티브는 포스코가 개발한 고망간강을 활용한 LNG저장탱크 기술로 기존 제품 대비 안전성이 높지만 제작 비용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은 아직까지 솔리더스나 맥티브를 적용한 LNG운반선을 수주하지 못했다. 프랑스 GTT사가 원천기술을 보유한 마크 시리즈 화물창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선주가 많아서다. 현대중공업도 지난 2013년 독자적으로 화물창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상용화에 이르지 못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의 가격은 척당 2억달러에 달하기도 해 선주들은 검증된 기자재를 선호한다"고 전했다. 국내 조선업계가 핵심 기자재를 국산화해도 선주들로부터 선택받는 게 쉽지 않다는 말이다.
선주들이 우리 기술로 만든 LNG선 기자재를 선택해주지 않으면 우리 조선업체들은 원천 기술을 보유한 외국 회사에 계속해서 기술료를 내야 한다. 조선업체들은 척당 2억달러(약 2000억원) 수준인 LNG운반선을 만들 때마다 100억원 가량의 기술료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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