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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성환 세종메디칼 대표. [사진 = 한경우 기자] |
새로운 제품이 살아남기 힘든 의료장비 시장에서 먼저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다국적 기업을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제조업체가 있다.
복강경 수술 장비를 만들고 있는 세종메디칼의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 점유율은 '투관침'(복내 공간 확보)이 22.6%, '적출주머니'(절개된 장기 일부를 적출)가 89.9%, '단일공 포트'(환자 배꼽 부분에 여러 개 장비를 넣어 수술)이 78.5%다.
29일 경기 파주시 세종메디칼 공장에서 만난 조성환 대표는 보수적인 의료장비 시장에서 선발 주자를 제친 원동력으로 "모든 공정의 내재화"를 꼽았다. 그는 "모든 공정을 직접 수행하다 보니 제품을 사용하는 의사들의 요구하는 개선 사항을 즉각 반영할 수 있다"며 "의사가 현재 제품과 다른 디자인을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면 2개월 안에 시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종메디칼은 제품 설계, 금형, 사출, 성형, 조립, 멸균,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외주 없이 파주 공장에서 수행하고 있다. 특히 플라스틱 사출 과정에서 모양을 내는 틀인 금형을 만드는 기계는 4대를, 플라스틱 사출기는 15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의사가 개선 사항을 말하면 설계-금형-사출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시제품 생산 기간이 짧은 것이라고 조 대표는 설명했다.
한국 의사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해 장비 설정을 다시 해야 하는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다국적 기업의 틈을 파고든 것이다. 여러 의사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한 장비를 만들어내면서 세종메디칼은 의료기기로 허가받은 투관침 제품만 수백여 품목을 보유하고 있다. 복강경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들마다 습관이 달라 손잡이의 모양, 기능 버튼의 위치, 배를 뚫고 구멍을 확보하는 투관의 길이 등에 대한 요구가 제각각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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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메디칼이 보유한 금형 장비. 금형을 직접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제품 사용자인 의사들의 제품 개선 요구에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사진 = 한경우 기자] |
최근 세종메디칼은 수출국을 늘려가고 있다. 유럽 지역의 의료기기 제조·유통업자들을 상대로 회사의 제조 역량을 알리면서 지난해 4억2000만원어치의 샘플을 공급했다. 지난 9월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판매 승인을 받았다.
하지만 조 대표는 "기존 제품군에서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무리하게 영업하거나 생산 능력을 확대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 세종메디칼은 지난 2010년 현재 위치인 경기 파주시에 공장을 새로 구축하면서 빌린 차임금을 7년동안 모두 갚고 올해부터는 무차입경영을 하고 있다고 조 대표는 강조했다. 지난해 말 기준 세종메디칼의 부채비율은 30%다.
새로운 성장동력은 신제품에서 찾을 계획이다. 지난 23일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고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세종메디칼은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200억~300억원을 고주파 에너지 치료기기 개발에 사용할 방침이다. 에너지 치료기기는 복강경 수술 과정에서 장기에 전기적 힘을 가해 출혈을 멎게 하거나 병변을 제거하는 장비다.
조 대표는 "이미 몇 년 전 비슷한 장비를 출시하려 한 적 있지만 당시에는 복강경 수술이 지금처럼 활성화되지 않았다"며 "이제 시장이 충분히 커졌다"고 진단했다. 실제 최근 의료계에서는 치료 과정에서 환자에게 가하는 절제·절개를 줄이는 '최소 침습'이 대세다. 효과가 같다면 상처를 덜 내는 게 환자의 회복 기간을 줄여주고, 완치 뒤 삶의 질도 높여주기 때문이다.
최소 침습 수술이 늘어나는 만큼 수술 기구의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조 대표는 주장했다. 환자의 살 속으로 들어가는 의료기기는 대부분 일회용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 의사가 주사기를 여러번 재사용해 해당 의원에서 진료받은 환자들이 대거 C형간염에 감염되는 ‘다나의원’ 사태로 가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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