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핀 결함? 구리(Cu) `녹 자국`으로 찾아낸다

↑ 그래핀 결함을 간편하게 조사하는 방법을 찾아낸 UNIST 연구진. 뒷줄 왼쪽부터 권순용 교수와 김성엽 교수, 앞줄 왼쪽부터 조용수 연구원 곽진성 박사 박순동 연구원. [자료제공 = 울산과학기술원]

국내 연구진이 구리(Cu)가 녹슨 자국을 촬영해 그래핀의 결함을 쉽게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래핀 성능 저하의 원인이 되는 결함을 빨리 파악함으로써 그래핀 기반 전자소자의 상용화를 앞당길 것으로 기대된다.
29일 울산과학기술원(UNIST) 권순용 신소재공학부 교수팀과 김성엽 기계항공 및 원자력공학부 교수팀은 구리(Cu) 기판에 성장시킨 그래핀 결함을 광학현미경과 전자현미경으로 간단히 찾아내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구리 기판에 붉게 녹이 슨 자국을 촬영해 그래핀 결함의 분포와 물리적 특성 등을 빠르게 조사·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먼저 연구진은 그래핀을 공기 중에서 섭씨 200도 이하로 열 처리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래핀에 결함이 있으면 공기 중 수분이 스며들어 구리 기판이 산화된다는 점을 이용했다. 물 분자가 그래핀 내부 결함에서 분해되면서 산소가 나오는 원리다. 연구팀은 그래핀-구리 이중 구조에서 아래쪽의 구리에만 선택적으로 산화반응을 유도하고, 이에 따라 생기는 붉은 녹 자국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해 나노미터(nm, 10억분의 1m) 크기로 시각화했다. 이 방식을 활용하면 그래핀 결함을 쉽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탄소 원자 한 층의 얇은 물질인 그래핀은 강철보다 단단하고, 열이나 전기를 잘 전달하며, 유연하기 때문에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투명전극이나 에너지용 전극, 차세대 반도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큰 면적의 그래핀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결함 때문에 상용화가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에도 그래핀 결함을 찾아내는 기술은 있었지만, 그래핀 위에 액정(LCD)을 코팅하거나 자외선(UV)를 쪼여 달라진 부분을 확인해야 되기 때문에 과정이 복잡했다.
연구진은 그래핀 결함을 쉽게 찾아내는 새로운 기술이 다양한 전자소자 분야에서 응용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핀 결함을 최소화하고 고품질의 대면적 그래핀을 성장시키는 미세조절 기술이 발달할 것이란 관측이다. 권 교수는 "앞으로 구리 기반 전자소자 연결 소재 영역에서 그래핀을 도입할 발판을 마련했다"며 "고품질 그래핀 시트(sheet)를 기반으로 다양한 차세대 전자소자에 그래핀을 적용하는 연구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는 UNIST 신소재공학부의 신형준 교수와 이종훈 교수도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 11월 16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김윤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