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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목 [사진제공 = 구상 교수] |
품평회에 나온 차는 벤츠하면 떠오르는 고급스러운 세단, 스포츠카, SUV가 아니라 평소 보기 힘든 거대한 트럭이다.
사실 메르세데스-벤츠는 고급승용차뿐 아니라 트럭에도 일가견이 있다. 벤츠가 만드는 트럭들은 여느 트럭들과는 '클래스'가 다른 '고급'이다. 당연히 고급스러운 디자인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럭에서 고급은 승용차의 그것과는 조금 다른다. 럭셔리라는 의미보다는 높은 등급의 기능과 성능을 뜻한다. 당연히 그에 맞는 독특한 외형 디자인도 갖췄다.
트럭 디자인은 거기서 거기라고 여길 수 있지만 남다른 디자인을 보여주는 트럭이 있다. 유니목(Unimog)이다. 유니목은 평소 잘 볼 수 없지만 겨울에는 종종 제설차량으로 모습을 나타낸다. 제설차량으로 사용된다는 것은 전천후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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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목 [사진제공 = 구상 교수] |
다임러 벤츠에서 항공기 엔진 개발 책임자로 오랫동안 일했던 알베르트 프리드리히가 이같은 아이디어를 냈다. 실제 개발을 실행시킨 인물은 하인리히 뢰슬러라고 알려진다.
이렇게 시작된 새로운 '다목적 엔진구동 기계 프로젝트'는 1946년 10월9일 첫 프로토 타입으로 등장했다. 독특한 구조의 4륜구동 차량 차대로 개발된 이 '기계'의 휠 트레드는 감자가 담긴 자루를 두 줄로 나란히 놓을 수 있도록 1270mm로 설정됐다. 농업용 기계로 만들어졌다는 의미다.
이름에서도 농업용 기계라는 게 나타난다. '다목적 엔진구동 농기계'라는 이름의 독일어 'UNIversal-MOtor-Ger?t' 의 머리글자를 따서 지은 이름이 바로 유니목(Unimog)이었던 것이다. 프로젝트에 처음부터 참여했던 엔지니어 한스 차벨이 차명을 지었다.
유니목 디자인 감각은 철저한 기능주의다. 전반적인 독일의 제품과 차량에 공통적으로 내재하는 디자인 개념이다. 장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가장 효율적인 기능을 위한 형태와 구조를 취하는 게 특징이다.
디자인 감각에 따라 대부분의 형태들이 기하학적인 조형 요소들로 구성됐다. 심지어 실내 환기구 구조에도 기하학적 나선형이 응용됐다.
다른 흥미로운 점은 일반적으로 차량 디자인에서 앞모습을 구성하는 요소로 중요한 헤드램프 디자인이 유니목에서는 그다지 높은 비중으로 다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단지 몇 개의 작은 원형 렌즈로만 구성됐다. 그 대신에 엄청난 크기의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 인상을 만들어내고 있다. 마치 트랙터 바퀴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휠과 둥근 휠 아치는 가장 원초적 형태의 기능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유니목은 차체가 거대하다. 운전석에 오르려면 마치 암벽 등반을 하듯 몇 단계의 계단을 딛고 올라서야 하는데 운전석에서 본 시야는 마치 하늘을 나는 새가 지상을 내려다보는 조감도(鳥瞰圖, bird's eye view)와도 같은 인상이다.
게다가 유니목은 차체가 1.2m 깊이 물에 잠겨도 주행이 가능하고 차체가 좌우로 38도까지 기울어도 움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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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니목 변천과정 [사진출처 = 다임러트럭] |
처음 개발될 때 '농촌용 다목적 기계'라는 목적으로 개발된 유니목은 첫 개발 이후 70년이 넘은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기계로서 제 역할을 하고 있다.
21세기의 디지털 패러다임이 자동차를 바꾸어 놓을 것이라는 예측이 이제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닌 이야기가 돼 버린 요즘이지만, 아무리 자율주행차량이 도로 위를 스스로 움직이고 드론이 하늘을 날아다닌다고 해도
결국 유니목 같은 가장 기능적인 차량들은 아무리 자동차들이 변한다고 해도 결코 변하지 않고 우리 곁에 남아있을 것이다.
[구상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 / 정리 = 최기성 디지털뉴스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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