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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항락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사진 = 한경우 기자] |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위염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송년회가 시작되는 12월부터 급증한다. 송년회 시즌이 끝나는 1월은 위염 발생률이 1년 중 가장 높은 달이다.
의사들은 자신을 찾은 환자들에게 술을 멀리하라고 조언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 술을 완전히 끊고 살기란 쉽지 않다. 과음을 이어가다 알코올에 의존하게 되는 것도 문제다. 실제 이날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진료실에서 만난 이항락 소화기내과 교수는 "한 대기업 임원은 업무상 마시게 된 술이 알코올중독으로 이어져 병원을 찾기도 했다"고말했다.
그는 "술 때문에 위에 문제가 생겨 병원을 방문한 환자의 위를 내시경으로 보면 멍든 것처럼 빨갛다"고 말했다. 알코올은 위산 분비를 촉진시켜 위 점막을 상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교수는 알코올 자체도 상당량이 위에서 흡수되면서 손상을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사람이라면 과음으로 인한 위 손상은 1~2일이면 회복된다고 한다. 하지만 연달아 술을 마셔야 하는 송년회 시즌이라면 위가 쉴 시간이 없어 역류성 식도염과 같은 위장관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과음이 이어지는 송년회 시즌에 소화기관을 지키는 방법은 속을 든든히 채우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저녁에 술을 마셔야 하는 날이면 점심부터 밥을 많이 먹어둔다"며 "밥을 소화시키면서 생기는 글루코즈가 알코올 분해를 돕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리 밥을 먹어두면 빈속에 술을 마실 때보다 위에서의 알코올 섭취량을 줄일 수 있다.
술자리에서는 물을 많이 마시는 게 좋다. 위 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알코올을 희석시켜 흡수과정에서의 부담을 줄여주고, 이뇨작용을 촉진해 알코올을 배출하는 데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는 설명했다.
다만 급성췌장염 증상을 자주 겪는 사람이라면 음주는 절대적으로 피해야 한다. 췌장은 다양한 소화효소를 분비하는 기관으로 알코올 분해효소를 많이 분비하면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과음 자체가 급성췌장염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증상이 나아졌다고 술을 계속 마시면 만성췌장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이 교수는 경고했다.
역류성식도염을 앓는 사람에게 과음은 치명적일 수 있다. 위장 속에서 소화되지 않은 음식물이 식도로 올라오면서 상처를 내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음식물의 압력을 버티지 못하고 식도가 터지는 경우도 있다"며 "출혈 정도는 내시경으로 봉합하면 되지만, 식도가 터져버리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출혈보다 심한 정도의 식도 손상은 심하면 생명을 앗아갈 수 있
술 마신 다음날 전에 없던 통증을 느낄 때도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이 교수는 "위에 문제가 생기면 명치 주변에, 췌장은 등에, 간이 부으면 어깨에 각각 통증이 느껴진다"고 설명했다.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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