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의약품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부패방지 국제표준인증(ISO37001)'을 도입하기로 했지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약업계는 10여년 전인 지난 2007년에도 의약품 리베이트를 없애겠다며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했다. 하지만 결국 새로운 기준을 다시 들고 나왔다. 업계 일각에서는 의약품 리베이트가 근절될 수 없는 산업 구조가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다음달 이사장단사부터 ISO37001 인증을 위한 컨설팅을 진행할 계획이다. ISO37001은 지난해 10월 국제표준화기구가 제정한 반부패경영시스템이다. 기존에 운영하던 CP는 기업이 내부적으로 직원들을 통제하는 시스템이지만 ISO37001은 회사 모든 부문의 직원들에게 책임과 권한을 부여하고 시스템이 미치는 범위도 이해관계자들까지 아우른다고 협회 측은 설명했다.
하지만 의약품 영업 현장에서는 ISO37001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ISO37001을 도입해도 제약 영업 현장에서 의사들에게 금품·편의를 제공하려는 유인이 크기 때문에 리베이트 근절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약업계가 리베이트 근절에 번번이 실패하는 이유는 국내 제약산업의 구조에 있다.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몇몇 바이오의약품 업체를 제외하면 자체 개발한 약을 팔기보다 복제약 매출에 의존해 회사를 꾸려가는 제약사가 상당수다. 문제는 국내 건강보험 제도 상 효능 차이가 거의 없는 복제약끼리 가격 경쟁도 어렵다는 점이다. 약가제도 자체는 상한만 정해두고 있지만 제약사들은 가격을 낮출 유인이 적다. 환자 입장에서는 자기부담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레미케이드와 비슷하게 만든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유럽과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성적이 신통치 않다. 오리지널과 바이오시밀러를 각각 사용할 때 환자가 져야 할 부담 차이가 크지 않아 의사들도 기왕이면 임상 데이터가 더 많이 쌓인 오리지널약을 처방하기 때문이다.
복제약이 너무 많이 출시되는 것도 문제다. 처방액이 많은 오리지널약의 특허가 만료되고 나면 많게는 약 200개 품목의 복제약이 출시되기도 한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 온라인의약도서관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항궤양제 넥시움의 성분명인 에스오메프라졸라마그네슘으로 검색하면 239개 품목의 의약품이 검색된다.
최근에도 물질특허와 조성물특허가 각각 다음달 9일과 내년 11월 7일 만료될 예정인 길리어드사이언스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복제약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이미 국내 제약사 23곳이 특허를 회피해 올해 안에 제품을 출시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비리어드 복제약 출시 대기목록에는 한미약품, 대웅제약, 종근당, 동아에스티, 제일약품 등 매출액 기준 국내 상위 제약사들의 이름도 올라 있다. 제약업체들은 연간 약 1500억원어치가 처방돼온 시장을 조금이라도 일찍 차지하기 위해 소송까지 벌이며 특허를 회피했다.
업계에서는 리베이트가 없어지지 않는 이유가 의약계의 구조에 있는 만큼 이를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 게 성분명처방이다. 의사는 성분명으로만 처방하고, 여러개의 복제약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에 대한 권한을 환자나 약사에게 분산하자는 것이다.
성분명처방은 당초 약사 사회가 주장해왔다. 약국 입장에서 효능이 같으면서 제조사가 다른 수많은 품목의 의약품 재고를 확보해
[디지털뉴스국 한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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