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저녁으로 상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이지만,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들은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는 COPD 환자에서 독감, 폐렴 등 각종 호흡기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며, 올해 특히 높아진 오존농도가 COPD 환자의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COPD는 계절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관리가 필요한 만성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 혹은 관리를 받는 환자는 5.6%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환절기와 겨울시즌을 앞두고 더욱 세심한 점검이 필요하다.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들었음에도 '고농도 오존(O3)'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보통 오존은 뜨거운 남풍과 강한 자외선으로 5월부터 9월까지 심해진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오존경보 발령 횟수는 273회로 역대 최다인 것으로 집계됐으며 작년 9월 4회에 불과했던 오존경보는 올해 9월에는 벌써 14회를 넘어섰다(2017년9월27일 기준).
오존은 성층권에서 자외선을 차단해 우리의 건강을 지켜주는 요소로 알려져 있지만, 지표면에 있는 오존이 한 낮의 뜨거운 빛과 만나면 유해물질로 변질돼 만성폐쇄성폐질환, 폐렴, 천식 등 호흡기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UC버클리 연구에 따르면, 오존 농도가 0.01ppm 증가할 때마다 호흡계통 질환의 사망 위험이 약 2.9% 증가했다. 또한 오존 농도가 낮은 도시와 높은 도시간의 호흡기질환 사망 위험의 차이가 3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존 농도는 햇빛이 강한 2~6시에 특히 높다. 따라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가급적 이 시간에 외출을 피하는 것이 좋고, 건강 관리를 위한 운동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시간 때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산행 및 여행을 할 때도 단단한 준비가 필요하다. 호흡기환자가 고산 지대를 방문하거나 비행기 여행으로 고도가 높아지면 저산소증이 더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 중 감염, 공해 등으로 인해 호흡기 증상이 더 나빠질 수도 있으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저산소증은 COPD 환자 중에서도 움직이면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환자, 이산화탄소 저류가 있는 환자, 해수면 높이에서 PaO2 70mmHg 이하 또는 동맥혈 산소포화도(SaO2) 92%이하인 환자 등에서 더욱 심각할 수 있다. 비행 여행 중 산소공급이 필요한 환자는 48~72시간 전에 항공사에 미리 신청하도록 하며, 비행기내에서 응급 산소 공급이 가능한지 반드시 확인하도록 한다. 고위험군이 아니라도 평소 경미하게 저산소증이 있는 환자는 고도가 1,500 m 이상인 지역은 여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
또한 먼 곳으로 이동하거나 여행을 가기 전 주치의에게 미리 진찰을 받고, 간단한 병력 및 약제가 적힌 소견서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특히 증상이 악화될 때를 대비해 비상으로 필요한 약제를 충분히 점검하고 여행을 떠나야 한다.
COPD 환자는 폐렴구균 예방접종과 매년 유행시즌에는 독감(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시행해야 한다. COPD 환자에서 인플루엔자 백신은 입원이 필요한 정도의 기도감염과 사망을 감소시켰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거의 매년 항원(抗原)이 조금씩 변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한 백신을 매년 접종해야 한다.
또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는 적절한 항생제의 치료에도 불구하고 폐렴구균 감염질환에 의해 사망할 위험이 특히 높다. 연구에 따르면, 급성 악화된 만성폐쇄성폐질환 환자의 절반 가량에서 세균감염이 동반했던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세균성 급성악화의 원인 중 1/3은 폐렴구균이었다.
COPD 환자에서 폐렴구균 백신은 금연, 흡입용 스테로이드 및 기관지 확장제 및 독감 백신과 함께 폐렴 및 급성 악화를 막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특히 환절기 및 겨울철에는 독감
대한감염학회는 만성폐쇄성폐질환, 천식 등 호흡기 만성질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으며, 폐렴구균 백신 중 13가 단백접합백신을 우선접종하고 23가 다당질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하도록 가이드하고 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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