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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 CEO 아카데미에서 독일 중소기업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 월드클래스300기업협회] |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가 12일 오전 7시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회장 윤동한) 회원을 대상으로 조찬 강연회를 진행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이날 '독일의 미텔슈탄트(중소·중견기업) 정책과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주제로 약 한 시간 동안 강연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 어떻게 하면 경제가 발전할 수 있는가였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히든챔피언이 될 수 있는 기술 중심 중소·중견기업 육성"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어에 '저먼 미텔슈탄트'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독일은 중소기업 육성이 잘 된 나라다. 한국도 월드클래스300 등 뛰어난 기업이 미래를 이끌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거 한국정부가 대기업 위주 성장 정책을 편 것은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4차 산업혁명 등으로 시대가 바뀌었기에 국가가 중소기업의 디지털 혁신을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중소기업의 특징으로 독립성, 가족기업, 신뢰를 꼽았다. 그는 "자체적인 기술력을 확보해 대기업 의존도를 줄이고, 가족기업 체제를 통해 빠른 의사소통 구조를 갖췄으며 대내·대외적 신뢰를 두텁게 형성한 것이 독일 중소기업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 세계 2700여개 히든챔피언 중 절반이 독일에 있다"며 "월드클래스300 같은 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 새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독일은 막스플랑크, 프라운호퍼 등 연구소를 통한 R&D 지원도 활발하다"고 덧붙였다.
중소·중견기업을 기르기 위한 조건으로 가업 승계를 위한 국가 지원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뛰어난 중소기업 중에는 가족기업이 많은데 상속세로 인해 가업 승계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일자리를 일정 기간 유지할 것을 조건으로 가업승계상속세를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장기 목표를 이행하는 과정이 더 오래 걸린다"며 "뛰어난 기술력을 갖추고도 상속세로 인해 히든챔피언으로 도약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정부가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에 관해서는 유보적인 태도를 취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은 최저임금 정책을 시행해 소비가 진작되는 효과를 얻었지만 이는 최저임금이 제조업 평균 임금 수준보다 낮았기 때문"이라며 "요식업, 미용업 등 독일 소상공인이 부담을 느꼈던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의 낮은 청년 실업률의 이유로 '이원 교육제도'를 꼽았다. 이원 교육제도는 이론 학습과 현장 실습을 병행하는 독일의 교육 제도다. 그는 "유럽 주변국 중 청년 실업률이 30%에 이르는 나라도 있지만 독일은 5%대에 그친다"며 "중소기업 현장에서 실습을 병행한 결과가 낮은 실업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일 중소기업은 지역과 잘 연계하면서도 높은 수준으로 혁신을 추구할 역량을 갖췄다"며 "중소기업만의 신속한 의사결정 시스템과 수평적인 지배구조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슈뢰더 전 총리는 "한국과 독일은 한강의 기적, 라인강의 기적을 일궈냈으며 분단국가의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며 "한국과 독일이 가진 공통 경험을 기반으로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고받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북한에 관해서는 "평화와 자유 시장경제라는 원칙 하에 통일되길 바란
이날 강연에는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 이성호 유니테크 회장 등 월드클래스300 기업협회 회원사 관계자를 비롯해 이동욱 산업통상자원부 중견기업정책관,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 정재훈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등이 참석했다.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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