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자진 사퇴한 가운데 세계 최대 논문 표절 및 철회 감시 사이트인 '리트랙션 워치'가 11일(현지시간) 관련 소식을 상세히 보도했다.
리트랙션 워치는 "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사기로 판명된 줄기세포 논문의 공저자에 대한 비판에 직면한 뒤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한국 정부 연구개발(R&D) 예산 20조를 다루는 자리"라고 말했다. 또한 "박기영 교수는 사퇴 전날 까지도 사임할 의사가 없었다"며 "2006년 노무현 정부의 과학기술보좌관 역할을 했을 때 황우석 박사의 조작 논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부분에 대해서 사죄했다"고 밝혔다.
김우재 캐나다 오타와대 교수는 리트랙션워치와의 인터뷰에서 "과학기술계가 박기영 교수에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우재 교수는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의 박기영 반대 성명 글의 초안을 작성했다. 그는 "박기영 교수는 모두의 이익이 아닌,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권력 만을 좇는 사람"이라며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역할을 잘 수행해 내리라는 준비도, 혁신도 없다"고 설명했다. 김우재 교수는 "박기영 교수의 임명은 한국 R&D에 혁신이 아닌 비극을 가져올 것"이라며 "내가 박기영 교수를 반대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가 한국 R&D에 혁신을 불러일으킬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인 과학자는 "만약 스스로 사임하지 않았다면 관련 기사가 외신을 타고 해외 과학기술계에 알려졌을 것"이라며 "한국 과학기술계의 자정 시스템이 건전하다는 것이 입증된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기술계가 성명서 발표 등 박기영 본부장의 사퇴를 강력히 촉구했던 2~3일 전, 네이처와 사이언스 등 저명 학술지 들도 이번 사건을 주시하며 기사 준비하고 있다는 소문이 많았다. 한 재미 한인 과학자는 "네이처, 사이언스 뉴스 에디터들이 관련 내용을 물어 대답했다는 한인 과학자의 이야기를 들었다"며 "네이처 사이언스 등으로 관련 내용이 보도됐다면 한국 과학기술계의 위상이 크게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트랙션 워치는 과학 분야 유명 언론인인 이반 오랜스키와 애덤 마커스가 2010년 개설한 연구윤리 감시 사이트다. 논문 조작 표절 등을 보도하는 사이트로 현재까지 1000여건이 넘는 논문 조작, 철회 등을 고발했다. 과학기술계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2012년 서울대 강수경 교수와 김상건 교수의 논문 조작 의혹을 공개해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진상
[원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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