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출시를 앞둔 제네시스 G70가 '제로백 4.8초'를 끊었다. 제로백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의미한다. G70는 국산차 최고 동력 성능을 갖춘 데다가 고급감까지 높여 BMW 3시리즈, 벤츠 C클래스 등 독일계 세단에 정면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30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가 9월 내놓을 중형 세단 G70의 3.3 가솔린 터보 모델이 4.8초 이하의 제로백을 기록했다. 제로백은 자동차 가속력을 직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된다. 거리에 흔히 보이는 국산 준중형 세단의 제로백이 9~10초대, 스포츠카 제로백이 3~4초대다. 현재 국내산 차 중 가장 빠른 가속성능을 가진 차는 제로백 4.9초의 기아차 스팅어다. G70가 출시되면 가장 빠른 차가 되는 셈이다.
G70는 EQ900와 G80으로 이어지는 제네시스 라인업에서 주행성능을 대표하는 모델이다. BMW 고성능 브랜드 M의 연구소장 출신인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이 개발부터 튜닝까지 진두지휘했다. 비어만 부사장은 공차 중량을 최대한 낮추고, 차량 앞 부분과 뒷 부분의 무게 배분을 50대 50에 가깝게 설계하는 데 개발 시간의 상당 부분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네시스 G70는 후륜 구동 방식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작됐다.
제네시스는 G70의 경쟁 모델로 BMW 3시리즈와 벤츠 C클래스 등 독일 브랜드 세단을 지목하고 있다. 경쟁 차량들이 시장에서 쌓아온 명성이 만만치 않은 만큼 고급감을 극대화해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그동안 글로벌 명차 브랜드에서 영입한 스타 디자이너들을 G70 디자인에 총 투입했다. 이상엽 현대차 스타일링담당 상무와 윤일헌 제네시스 디자인팀장 등 벤틀리 출신 인재들이 내외장 디자인을 맡았다. 벤츠에서 이직한 보제나 랄로바 제네시스 칼라팀장은 G70만의 신규 컬러를 제작하며 G70의 캐릭터를 새로 만들었했다. 벤틀리 수석 디자이너를 역임한 루크 동커볼케 현대디자인센터장(전무)은 '동적인 우아함'이라는 제네시스 디자인 철학 아래 전체 디자인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G70가 브랜드 고객 평균 연령을 단숨에 끌어내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시리즈와 C클래스처럼 브랜드 '입문' 차량으로서 역할을 해줄 모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BMW와 벤츠의 엔트리 모델 구매 연령대는 20~40대로 브랜드 전체 평균보다 10세 가량 낮다. 가격대가 비교적 저렴한 데다가 다른 라인업에 비해 젊은 느낌이 강조돼 있기 때문이다.
제네시스 G70도 젊은 고객을 유인하기 위한 첨단 사양들로 무장했다. 음성 인식으로 목적지 검색, 맛집, 관광지 등 정보 검색과 내비게이션 안내까지 한번에 가능한 '카카오I(아이)' 음성인식 기술이 현대·기아차 최초로 적용됐다. 내부에는 퀼팅 가죽 시트를 장착했다. 무엇보다도 가격에 민감한 청년 고객을 위해 시작 가격대를 2.0 터보 3000만원 후반대, 3.3터보 4000만원 중반대로 책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경쟁 차들에 비해 1000만~2000만원 저렴한 가격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G70이 제네시스 브랜드 성공을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EQ90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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